한민수 병장 추도사

사랑하는 후임아 내 친구 정우야 기억나니?

실무생활 얼마 안되서 네가 내 후임으로 들어왔지?

신기하기도 하고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의지해가며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해나갔고 이병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병장을 넘어 벌써 전역을 바라볼 날까지 계급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함께 느꼈던 기쁨, 그리고 힘든 훈련을 하면서도 참아내고 휴가를 기다리며 견디어 냈던 날들, 훈련 중 반합에 라면을 끓여 한 젓가락씩 서로 챙겨줬던 날들, 한자 급수시험 합격을 위해 짬짬히 시간 내가면서 공부했던 날들, 소주한잔하면서 이야기할 거리가 이렇게나 많은 데 어찌 아무런 대답이 없는 거냐.

휴가 나가기 5일 전에 전화로 집앞에서 보자며 즐거워하던 너의 목소리가 아직도 내 귓가에는 생생한데 넌 왜 아무런 대답이 없는 거냐.

넌 대답대신 나에게 후임과 친구를 동시에 잃은 충격과 원망을 가져다줬지.

하늘은 왜 널 선택한건지 북한은 왜 그 시간에 포격을 한 건지 40명의 복귀자 중 버스를 두번 나누어 타야함에도 빨리 전투준비해야 한다면서 솔선수범하여 먼저 버스에 올라타 가장 먼저 달렸다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렸구나 용감한 녀석아

연평도에서 동고동락하며 함께 지내온지 2년이 가까워 오는 시점에서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 거냐.

사랑하는 후임아 내친구 정우야 하늘나라 가서 아무 걱정 없는 곳에서 행복하고 잘 지내길 바란다.

그리고 사랑하는 후임 광욱아.

멋지게 해병대라는 곳에 들어와서 이낯설고 힘든 연평도에서 군생활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거냐.

"자기 목숨은 새털처럼 가볍게 생각해라 그런 마음 없으면 해병대 하지마라" 던 김성은 사령관님의 말이 그렇게 멋있었다더니 결국 너는 그 말을 실천에 옮겼구나.

하지만 후임의 이런 모습에 선임들의 마음은 누구보다 아프다.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반드시 복수해주마.

예비역이 되서라도 해병대 선임들이 책임지겠다.

사랑하는 정우야 멋진 후임 광우야.

부디 하늘에서 서북도서의 수호신이 되어 더이상 해병대를 건드렸다간 뼈도 못추릴 공포를 맛볼 것이란 걸 하늘에서 벼락이 되고 천둥이 되어 분노의 마음을 한껏 뿜어내며 연평도를 지키는 우리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렴.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지켜봐주라.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