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간첩활동...선거에도 개입"

"20년 가까이 간첩활동...선거에도 개입"

2011.08.25. 오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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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 지하당 결성해 20년 가까이 활동해온 간첩단이 공안당국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첩보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첨단 기법을 이용해 북한과 비밀 교신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황보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인터넷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건강 관련 기사입니다.

이 기사가 저장된 파일 형태를 조금만 바꿔준 다음 특수 프로그램그램을 실행시키자 기사 파일 속에 숨겨진 북한 지령이 나타납니다.

국내에 북한 지하당 '왕재산'을 만들어 활동해온 총책 48살 김 모 씨는 이런 방법을 이용해 북측과 빈번하게 교신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김 씨는 1990년대 초 국내정세를 탐지 수집하는 북한 225국에 포섭된 뒤 93년 김일성과의 직접 면담을 통해 공작지령을 받는 이른바 '접견교시'를 하달받았습니다.

이후 중학교 후배 임모씨와 대학 친구 이 모 씨를 포섭해 2001년 3월 왕재산을 결성한 뒤 각종 군사자료를 수집해 북측에 제공했습니다.

특히 서울지역책을 맡은 이씨는 2006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으로 들어간 뒤 지속적으로 정치권 상층부의 동향을 파악해 북에 보고한 것으로 공안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왕재산 조직원을 정치권에 침투시켜 각종 선거에 개입해온 북한 225국은 올해 선거를 앞두고는 특정 정당 중심의 진보세력 통합을 지시하고 왕재산은 이에 화답해 이 정당의 후보들을 당선시켰다는 내용의 보고서까지 보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이진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북한이 정치권에 침투해 상층부 통일전선을 구축하려 하고 인천 지역에 장기간 공작역량을 집중해 결정적 시기에 남조선 혁명의 교두보로 활용하려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검찰은 간첩활동을 해온 혐의로 김 씨 등 왕재산 핵심간부 5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기고 이들과 접촉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김 씨 측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인터뷰:이광철, 변호사]
"충분한 증거와 자료없이 이뤄진 성급하고 무리한 기소다. 둘째 바로 그만큼 정치적 의도를 가진 공안몰이의 기획수사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북한에서 보내온 28건의 지령문과 김 씨 등이 북측에 보낸 80여건의 보고문 등을 간첩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씨 등이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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