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첫 여성 원내대표 박영선 148일간의 기록

[이브닝] 첫 여성 원내대표 박영선 148일간의 기록

2014.10.02. 오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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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책임이라는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

당내에서 사퇴 압박을 받아온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오늘 결국 사퇴했습니다.

원내대표직을 '무거운 짐'에 비유한 박 전 원내대표에게 지난 5개월은 그야말로 '수난사'처럼 느껴졌을 텐데요.

원내대표 선출부터 사퇴에 이른 오늘까지,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행보를 '키워드'로 알아보겠습니다.

[인터뷰: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5월8일)]
"새정치민주연합이 무엇을 하는 정당인지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 국민들에게 또렷이 보여드리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부·여당이 올바른 길을 가면 적극 협조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대신해서 단호하게 견제하고 감시할 것입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위풍당당' 입니다.

지난 5월 8일, '당당한 야당'을 천명하며, 헌정 사상 첫 여성 원내사령탑에 화려하게 올랐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2007년 대선에 이어, 19대 국회에서 보여준 '여전사'다운 강한 이미지 덕분에, '야당다운 야당'을 기대하는 눈길이 컸는데요.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특유의 당당함이 조금씩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9월26일)]
"저희가 손님인데요, (이러면 안 되죠.) 손님한테 이렇게 문전박대하시면 안됩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도 두차례나 합의에 실패했고, 마지막 협상도 야당과 유가족 누구도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인터뷰:박근혜, 대통령 (7월10일)]
"헌정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로 기록이 되셨는데 다시 한 번 축하 말씀드리겠습니다."

[인터뷰: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7월10일)]
"첫 여성 대통령께서 탄생하셨기 때문에 있을 수 있었던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과 여성 지도자 간 대립구도까지 예상됐지만, 첫 여성 원내대표의 기대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폭풍의 언덕'입니다.

7.30 재보선 참패 '후폭풍'에 시달리던 당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에 박 전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까지 맡게 됐는데요.

[인터뷰:박영선,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우리 모두가 무당무사의 정신으로 임해야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비대위원장 취임 당시, '선당후사'를 넘어서 '무당무사'까지 외쳤던 박 전 원내대표.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두 차례 합의 번복과 새 비대위원장 인사 파동이라는 '악수'를 겪으면서 당내 입지는 점점 좁아졌습니다.

그녀가 넘어야 할 언덕은 한마디로,'폭풍의 언덕'이었던 겁니다.

나아가 당내 강경파들의 사퇴요구, 비대위원장은 물론 원내대표까지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한때 탈당설까지 나돌았는데요.

[인터뷰: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9월18일)]
"이 당을 집권이 가능한 정당, 국민이 공감하는 정당으로 바꿔서 혁신해 보고자 호소도 해 봤지만, 그 시도 또한 한계에 부딪히면서 저 자신도 엄청난 좌절감에 떨었습니다."

결국 박영선 원내대표는 '폭풍의 언덕에서 힘들었다'는 말을 남기고, 148일 만에 쓸쓸히 사퇴했습니다.

세 번째 키워드는 '데자' 입니다.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이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인정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은 일주일 안에 다시 뽑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당내 강경파의 흔들기가 계속된다며 '제 2의 박영선'이 등장하는 데자뷰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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