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본 대통령 비서실장의 조건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본 대통령 비서실장의 조건

2015.02.24. 오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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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의 역할, 녹록하지 않습니다.

사의를 표한 김기춘 비서실장이 오늘 출근하지 않았고, 내일이 박 대통령 취임 2주년이 된다는 점에서 이르면 오늘 후임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는데요.

과연 누가 새로운 비서실장이 될까요?

대통령은 실수해도 본인은 실수하면 안 된다는 대통령 비서실장이란 자리는 어떤 자리인지,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돌아보겠습니다.

지금과 같은 대통령 비서실 조직이 갖춰진 것은 박정희 정부 때부터입니다.

비서 정치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실세였던 이후락 비서실장은 39세에 기용돼 무려 5년 10개월 동안 대통령을 보필했습니다.

[인터뷰:장성호, 배재대 교수]
"이후락 비서실장 같은 경우도 혁명 동지로서 그때 당시에는 5. 16혁명이라고 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새로운 정권을 뿌리내리는 데 동지적 입장에서 했기 때문에 지금의 비서실장이라는 개념보다는 상당히 파워, 힘이 컸던 그런 시기였고…."

그런가 하면 김정렴 비서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절반에 달하는 9년 3개월을 보좌하며 경제를 챙긴 최장수 비서실장인데요.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렴 전 비서실장을 역대 최고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꼽았습니다.

[인터뷰:배병휴, 매일경제신문 주필]
"김정렴 비서실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진짜 롤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이 목소리가 크지 않았습니다만 청와대 기강이 엄격했고 대통령을 모시는 데 한 치의 착오도 없었잖아요. 물론 전문성도 뛰어나고…."

[인터뷰:고영신, 전 경향신문 논설 고문]
"참모형이되 또 실세형은 아니지만 장악력이 있는 그런 분이었고, 비서실장의 전범이랄까? 박정희 대통령 같이 입맛이 까다로운 분을 10년을 모셨는데도 아주 아쉬워했다는 거 아닙니까?"

2인자를 두지 않으려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석비서관에게 지시하거나 단독 보고를 받았는데요.

유일한 정치인이자 언론인 출신으로 김윤환 비서실장이 있었지만, 장세동 경호실장의 위세가 더 대단했습니다.

[인터뷰:허성우,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아킬레스건이 무엇이냐하면 무인들이 정치하는 상황에서 계속 무인들만 내각에다 입각시킬 수 없다, 그래서 상징적인 의미에서 비서실장을 비록 친구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친구들 중에 문인 출신이죠. 문인 출신인 조선일보 국장까지 하셨던 당시 김윤환 의원을 아마 비서실장으로 발탁함으로써 군사정부의 이미지를 굉장히 씻어내려는…."

[인터뷰: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전두환 대통령 때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인데 당시에 미국이나 주요국으로부터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아야 하거든요. 비서실장을 보면 김경원, 그다음에 이범석, 고인이 되셨죠, 아웅산테러 때, 그다음 함병춘 아웅산 테러 때 고인이 되셨는데 다 외교관 출신입니다. 말 그대로 '실무외교형'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권력 이양기가 되는 시점, 굉장히 민감한 시기에는 권력실세형 비서실장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전두환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 김윤환 전 의원이죠."

특보단이 비서실장을 능가하는 권한을 행사했던 노태우 정부 시절엔 노재봉 비서실장이 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서울대 교수 출신인 노재봉 씨를 비서실장에 이어 국무총리로 임명해서 주목을 받았고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비서실장은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총리에 올랐던 한승수 실장이었는데요.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외곽의 비선조직에 더 의존해 비서실장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김영삼 정부의 박관용 비서실장은 정치적인 책사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고,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고영신, 전 경향신문 논설 고문]
"초창기 하나회 척결이라든가 금융실명제라든가 이런 것들을 다 깔끔하게 마무리하신 분이 아닌가. 말하자면 능수능란한 참모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는 분이고…."

[인터뷰:배병휴, 매일경제신문 주필]
"김현철 씨를 견제할 수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박관용 실장이었습니다. 말도 못합니다. 그 당시에 (김현철 씨는) 진짜 소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막강했는데, 박관용 실장이 (직언을) 했는데, YS가 그걸 받아들인 건 박관용 실장이기 때문에 받아들였다고 저는 확신하고 있어요."

김대중 정부 초대 비서실장은 김중권 씨였습니다.

'동교동계' 아닌 '민정계'였던 데다가 경북 출신이라 파격 인사로 꼽혔는데요.

동서화합의 상징적인 측면에 있어서 또 수시로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김중권 비서실장도 롤모델로 꼽힙니다.

[인터뷰:배병휴, 매일경제신문 주필]
"동서 화합, 그런 측면에서 DJ가 비서실장에서 좋은 선례를 남겨 주셨던 겁니다."

[인터뷰:고영신, 전 경향신문 논설 고문]
"근데 저는 그때 처음 봤는데 비서실장이 밖에 나와 있을 때 대통령이 수시로 연락을 하는 걸 나는 그때 처음 봤습니다. 그 뒤에 다른 대통령이 그렇게 하는 건 못 봤어요."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막강 비서실장은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비서실장, 박지원 의원이었습니다.

[인터뷰: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2009년)]
"세계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를 추도해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특히 이번에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최초의 국장, 그리고…."

개혁을 표방한 노무현 정부에서는 비서실장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기보다 보좌와 참모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대통령의 평생 동지였던 문재인 비서실장은 보완적 역할로는 역대 최고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터뷰: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2007년)]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것이 합리적이냐, 그런 문제 등에 대해서 제대로 논의가 되고 성찰이 된다면 여론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참여정부 국정철학, 정신을 끝까지 지켜나가자."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비서실이 권위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실로 바뀌었습니다.

명실공히 MB맨 임태희 실장이 대표적인데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내다 바로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인터뷰:임태희, 당시 대통령실 실장(2010년)]
"국민의 귀로 듣듯이 국민들께서 요구하는 목소리를 충분히 국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그런 역할을 대통령을 보필하면서 해야 되니까…."

역대 정권의 대통령 비서실장을 돌아봤는데요.

시대마다, 대통령의 스타일마다 비서실장의 면모와 역할이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통령의 성패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할 수 있는 유능한 참모, 특히 비서실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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