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먼 차관 발언 '일파만파'...美 정부 속내는?

셔먼 차관 발언 '일파만파'...美 정부 속내는?

2015.03.04. 오후 2:1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지난달 27일 나온 미 국무부의 넘버3,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 발언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우선 외교부 취재하는 김희준 기자 리포트 발췌해서 보겠습니다.

[기자]
[인터뷰: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차관]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의 적을 비난하면서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런 도발적인 행동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할 뿐입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미 국부부는 특정 국가를 지칭한 발언이 아니며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후속 논평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끔찍한 인권침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옮겼습니다.

[앵커]
특정국가를 지칭한 게 아니라지만 셔먼이 말한 '정치 지도자들'은 과거사 문제로 일본을 비판하는 한국과 중국 정상으로 해석됐고 한중 정상의 발언을 '도발'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파문이 커진 겁니다.

미 정부의 해명이 나오자 우리 정부도 한미간 입장차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들어보시죠.

[인터뷰: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미가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웬디 셔먼 발언은 말실수라기보다 작심 발언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셔먼은 이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른바 위안부' 라고 표현했습니다.

"한중이 일본과 다퉈왔다"는 말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미 정부가 일본의 위안부 동원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데 비하면 이 표현은 완전히 중립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겁니다.

중립적 표현은 또 나옵니다.

"한중일은 역사교과서 내용을 놓고도 서로 이견이 있다"고 한 것입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의견차이라고 표현한 겁니다.

"한국, 특히 중국은 일본 방위정책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날 셔먼의 발언은 전반적으로 한,중을 하나로 묶고 일본과 대칭시켰다는 게 특징입니다.

2012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모든 공문서에 위안부라는 표현 대신 훨씬 강도높은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라고 지시해서 일본을 압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셔먼의 발언은 심상치 않은 것입니다.

웬디 셔먼은 국무부에서 잔뼈가 굵었고 평소 신중하고 정제된 표현을 써온 베테랑 외교관입니다.

부친은 2차대전 때 솔로몬 군도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다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셔먼이 이런 말을 한 것은 한중이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일본과 대립하는 양상이 한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과 배치된다는 점, 그리고 지금까지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을 주로 압박했다면 앞으로는 한일을 함께 압박하겠다는 미 정부의 전략적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기류를 감지한 중국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서 베이징 서봉국 특파원 리포트 일부 보시죠.

[기자]
중국이 역사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다분히 일본 편을 든 것으로 보이는 이 발언에 중국이 엄중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일본이 침략 전쟁으로 아시아 전역에 재난을 불렀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인정하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인터뷰:뤼신화, 정협 대변인]
"일본의 지도자는 유대인 학살을 인정한 독일처럼 반성한 적이 없습니다."

한중일 과거사 갈등에서 일본의 문제 해결을 강조해 온 미국의 입장이 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 속에 중국은 공개 비판으로 맞섰습니다.

가해자인 일본이 침묵하는 가운데, 동북아 역사 문제가 자칫 미·중 양측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YTN 서봉국입니다.

[앵커]
왕선택 워싱턴 특파원이 전해온 리포트 보시면 미국의 복잡한 사정을 좀 더 알 수 있게 됩니다.

[기자]
문제는 미국이 일본을 말로는 비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압박하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일본에 더 많은 군사비 지출을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는 TPP 즉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협상에서 일본의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캐서린 노벨리,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
"미국과 일본은 TPP 참가국 중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이니까 반드시 협상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미일 양국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한미 동맹은 말할 것 없이 튼튼하게 유지해야 하고 중국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하고 한일관계는 개선해야 하지만 과거사 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는 우리 정부, 외교 역량의 진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