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무상급식...여권 전전긍긍

'뜨거운 감자' 무상급식...여권 전전긍긍

2015.04.07. 오후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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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충암고 학생]
"제 친구도 급식비 미납했다고 퇴짜 당한 적도 있고 밥 못 먹은 애들도 있고 애들한테 막 수치스럽게 애들 다 있는데 '너 먹지 마라.' 이런 것도 있고. 반, 번호, 이름 물어보고, 확실한가 물어보고, 제 친구가 안 냈나 늦게 냈나 그랬는데 먹지 말라고 그랬어요. (교감 선생님이) 애들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화내는 말투로 그렇게 하셨어요."

교감이 급식비를 밀린 학생에게 공개적으로 급식비 납부를 독촉하며 망신을 준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제 종일 인터넷이 뜨거웠습니다.

오늘 당사자인 충암고등학교 교감과 교장이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와 함께 입장을 밝혔는데요.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임방글, 변호사]
"급식비를 안 내는 사람이 많아서 학교 입장으로서는 미납액을 감당하기가 버거웠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는데 설사 아무리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춘기 청소년 아이들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급식비를 안 냈다고 면박을 주는 것은 이거는 정말 어떤 거로도 저는 해명이 안 될 것 같아요. 이거는 아이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는 것이고 꼭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는지."

학교 측은 밀린 급식비가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돼 주의를 준 것이라고 해명했는데요.

오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도 사과보다는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2013년 급식비 미납 손실 때문에 교장이 4백만 원, 교감이 250만 원을 개별적으로 입금해 회계결산을 한 적이 있다며 노심초사하게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충암고 교감(어제)]
"올해 졸업생이 3,900여만 원이 미납됐고, 올해 3월을 결산해보니 6백만 원 정도 미납됐고 단지 아이들이 혹시 그래서 마음의 상처를 받았으면 좀 미안하긴 한데 미처 그건 예상을 못 했으니까. 오늘 아침에 알아서 두 번 정도 그러려고 했는데 비교육적이고 그런 거면 안 하는 걸로."

원래 한 번 더 이렇게 공개적으로 주의를 주려 했는데 언론에 보도되며 문제가 되자 더 이상은 안 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 비교육적이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는 건데요.

과연 교사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가는 대목입니다.

[인터뷰:양지열, 변호사]
"그걸 왜 다른 아이들이 있는 데서 공개적으로 처벌하고 모욕을 줘야 되는지. 뭐든지 모욕이나 명예를 훼손하는 거나 이런 것들은 공공연한 장소에서 했을 때 범죄가 되는 거거든요. 그만큼 그 사람의 인격이나 그런 것이 무시되고 박탈되기 때문에 그렇게 우리가 형사로까지 처벌하는데 왜 어린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이 보는 자리에서 저런 정말공개적인 망신을 줬어야 했는지 이거는 그걸 당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교육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었던 거거든요."

게다가 일일이 명단을 확인한 탓에 1시간의 점심시간 가운데 40분 동안 줄 서야 했던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인터뷰:충암고 학생들]
"다 애들 화도 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른 뒤에 있는 애들도 밀리고 처음에 많이 속상해하면서 엄마한테 말한다는 애들도 있고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인터뷰:김성수, 시사 평론가]
"급식실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일일이 아이들을 망신을 주느라고 40분이나 걸렸어요. 그러면 맨 뒤에 있던 친구들은 점심시간을 박탈당한 겁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무상급식 지원을 호소하는 학부모에게 이성애 경남도의원이 '문자 보낼 돈으로 급식비를 내라'고 해서 파문이 일기도 했는데요.

문자 메시지 논란에 이어 충암고 파문까지 이어지면서 경상남도 무상급식 중단 논란에 다시 한 번 불이 지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홍준표, 경남도지사(지난달 18일)]
"공부하러 학교 가는 것이지 밥 먹으러 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인터뷰: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지난달 18일)]
"왜 경남의 아이들만 (무상급식에서) 제외돼야 합니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무상급식 지원 대신 서민 자녀 교육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올해 무상급식 지원 예산으로 쓰려던 예산 643억 원 전액이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으로 재편성된 것입니다.

경남교육청은 중복 수혜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양지열, 변호사]
"지금 부산 경남 지역의 경우에는 홍준표 지사가 지금 그렇게 빼놓은 예산을 가지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 대체예산을 편성했는데 그 대체예산 집행내역을 보면 이게 왜 갑자기 이런 것들을 지원해 주겠다고 만들지, 누가 봐도 학생들조차도 이게 필요한 일인지 잘 모르는 것들을 갑자기 들고 와서 밥 주는 대신 이거 주겠다고 한단 말이에요. 이거는 국민적 합의 정도가 아니라 정말 대의기관으로서 지자체장으로서 어떤 자세가 될 수 없는 일을 계속하시는 겁니다."

지난 2011년 전면 무상급식 찬반 여부를 물었던 서울시 주민 투표를 계기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 작심한 듯 홍준표 지사에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인터뷰:박원순, 서울시장]
"밥을 먹을 때마다 부모의 가난을 떠올리며 먹는 밥은 아이들에게 열등감이나 수치감을 주기 마련입니다. 지금 경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현상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밥을 굶고 공부만 하란 것입니까?"

무상급식 논란은 여당 안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우리 복지 수준이 아이들한테 밥 먹이는 게 과할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지난 대선에서 '무상보육'처럼 이미 선거를 통해 합의를 본 사항을 개인 판단으로 뒤집는 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는 올해 처음으로 '학교 교육 급식 지원비'를 경기도 교육청에 직접 지원했습니다.

경기지역 초·중학교에서 무상 급식을 시작한 지 6년 만인데요.

경기도가 지원한 237억 원은 경기도 내 농촌 지역 학생 36만 명의 무상 급식비로 쓰이게 됩니다.

[인터뷰:송승호, 건국대 특임교수]
"새누리당도 지금 4.29 재보궐 선거가 눈앞에 있는데 무상급식 안건을 건드릴 수가 없잖아요. 이제 완전히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거죠. 그래서 소속이 있는 광역자치단체장들은 무슨 정책을 실행할 때는 당과 이미 중앙당과 협의를 할 필요가 있어요. 혼자 독단적으로 하다 보면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이게 제가 볼 때는 내년 총선까지 핫 이슈로 갈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은 표면적으로는 지자체 문제라며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자칫 '무상급식' 논란이 4.29 재보선뿐 아니라 내년 총선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특히 무상급식 논란이 대통령 공약인 무상보육으로까지 번질 경우 공약 파기 논란이 제기되고, 상황이 더 꼬일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인터뷰: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지난 1일)]
"(무상복지 논란은) 공약의 후퇴가 될 수 있고 공약의 변경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우리가 5월쯤 가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당의 입장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누리당은 무상급식 논란으로 선거에서 패했던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도 무상급식 이슈에 대해선 확전을 자제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이어가는 모습인데요.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이 아니라 재보선 이후인 5월에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건 지금 순간만 모면하려는 꼼수 정치라고 비판했습니다.

무상급식 논란의 파장이 커질수록 여권의 고심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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