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846명 추가 확인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846명 추가 확인

2015.07.03. 오후 4: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일제 강점기 러시아 사할린과 일본 홋카이도 등지에서 강제 징용됐던 조선인 800여 명의 명단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명단은 일제의 조선소나 탄광 등지로 끌려갔다 탈출한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명단이어서, 강제 징용자들의 적극적 저항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황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일본 도요하라 경찰서가 쇼와 16년, 그러니까 1941년 10월 11일에 만든 수배자 명단입니다.

이름은 이길남, 키는 5척 3촌에 얼굴이 길고 눈이 큰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으로, 수배 이유는 다이헤이 광업소에서 일하다 도망갔다고 명시돼있습니다.

당시에는 수배자 명단이었지만, 지금은 일제가 조선인 노동자들을 강제로 징용했다는 중요한 증거자료입니다.

자신이 태어나기 직전에 끌려가 평생 얼굴도 보지 못한 아버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로 공식 확인됐다는 소식에 이길남 씨의 아들 이용식 씨는 홀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납니다.

[이용식, '사할린 강제징용' 이길남 씨 아들]
"나는 얼굴도 못 보고 이름도 불러보지 못했어요. (어머니께서) 석 달 만에 (아이) 배 놓고 나가서는 사할린으로 끌려가서 소식이 없다, 나도 아기만 낳았다 뿐이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더라고요."

정부는 러시아 사할린 역사기록보존소에 보관돼있던 문서철 135건을 분석해 이길남 씨와 같은 조선인 강제징용자 846명을 발견해냈습니다.

이 가운데 강제징용 사실을 이미 신고한 사람은 고작 26명으로, 나머지는 피해 사실을 신고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발굴로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정부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고, 일본 정부나 당시 일제 기업들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됐습니다.

특히 미쓰비시와 미쓰이 등 이들을 강제 징용했던 기업체가 대부분 현존하고 있는 만큼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혜경,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 조사위원회 조사1과장]
"우리 정부가 이분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해드리거나 관계되는 기업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여러 가지 적극적인 다양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자료는 일제 총동원 시기,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탈출과 같은 적극적 저항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일본 체제에 순응한 존재였다는 일부 학계의 주장을 일축하는 근거로도 활용될 전망입니다.

YTN 황혜경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