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한완상 “박 대통령의 무치(無恥), 짐승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신율의출발새아침] 한완상 “박 대통령의 무치(無恥), 짐승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2017.01.04. 오전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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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7년 1월 4일(수요일)
□ 출연자 : 한완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전 교육부총리)


-흉사다난, 헬코리아의 2016, 정유년은 희망으로 가득하길
-최순실, 세계사에도 나올 인물, 추악한 국가를 만든 비선
-우리를 격양시킨 건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대통령
-박 대통령의 무치, 부끄러움을 모르는 건 짐승
-수준 낮은 비선에 의존해 안보 결정, 경악스러워
-대통령이기 이전에 사람일 수 있나, 동물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광장의 열망을 제도화하는 게 개헌
-기껏해야 87체제 극복? 60년 체제, 더 올라가 48체제 극복해야
-87체제 극복 개헌? 촛불의 열망하고는 별 관련 없어
-이합집산하는 내각제 맞지 않아,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해야
-개헌, 지금은 아냐.. 다음 정부에서 해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신율의 출발새아침’에서는 정유년 새해를 맞아 사회 원로들에게 혜안을 듣는 신년 특집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사회 분야의 원로 한 분, 만나볼까 하는데요. 김영삼 정부의 첫 통일부총리를 역임하셨고요.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총리를 역임하신 분입니다. 서울대학교 한완상 명예교수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이하 한완상):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요새 시국이 영 그래요.

◆ 한완상: 시국이라고 하면, 지난해가 병신년인데 이게 다사다난한 해라고 하는데, 다사다난이 아니라 흉사다난입니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이 이것을 헬 코리아라고 할 만큼, 흉사다난이 극심했죠. 그런데 마침 촛불시민명예혁명이 일어나서, 정유년 올해는 희망으로 가득 찬 새해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신율: 네, 2016년을 돌아보면 정말 그런데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아마 제가 볼 때는 100년 후 역사책에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나올 것 같아요.

◆ 한완상: 그렇죠. 한국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에도 그 이름이 나올 겁니다. 가장 공정성을 잃은 추악한 국가를 만든 비선으로 이름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 신율: 네, 지금 덴마크에서도 정유라에 대해서 대서특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사회 원로로서 자괴감이 많이 드셨을 것 같아요.

◆ 한완상: 그렇습니다. 자괴감이 많았습니다. 우선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지난 3년 10개월간 국민이 전혀 몰랐던 박근혜 정부의 민낯, 그 본질을 보면서 어찌 이 정도의 수준 낮은 분을 우리가 대통령으로 뽑았는가 하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어요. 그러니까 그분에 관한 국가를 경영하는 모든 철학과 방식, 이런 것을 매일 듣는 국민으로서는 어떻게 이렇게 낮은 수준의 사람을 우리가 대통령으로 뽑았는가 하는 그 부끄러움을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으로 있던 3년 10개월 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것을 한 가지씩 말씀드리자면, 세월호 참사로 17세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 수백 명이 죽었는데, 그 참사에 대한 국가의 대응, 그 무책임, 무능은 말할 것도 없고, 제일 우리를 격양시킨 것은 거기에 대해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대통령입니다. 무책임, 무능은 우리가 봐줄 수 있어요. 그러나 최고지도자가 무치(無恥)를 가졌으면 이건 국가의 기본 바탕이 무너진 겁니다. 옛날 왕조시대도 가뭄이 들면, 왕하고 가뭄하고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만 왕이 최고 지도자로서 ‘이것이 내 부덕이다.’ 하는 게 최고지도자의 마음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무치, 부끄러움을 몰라요.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죠. 짐승이죠. 그런 아주 두려움을 느꼈죠. 그리고 또 하나 보면, 국정교과서는 자기 아버지가 독재 할 때 쓰던 방식인데, 그것을 또 채택하겠다고 한 것, 이것은 정말 유신 망령으로부터 벗어난 게 아니고 유신 망령을 드높이려고 하는, 그런 몸짓을 보고 저희들이 분노를 안 할 수 없었죠. 그리고 테러방지법을 재정했는데, 이것은 국가 통제력이 국민의 침실과 부엌과 서재로 들어오고, 심지어 온라인 공간까지도 들어오겠다는 것을 말하는 건데, 지금 우리가 전체주의 사회에 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조지 오웰의 ‘1984’가 한국에 다가오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죠. 그리고 어느 날 갑작스럽게 개성공단이 폐쇄되는데, 개성공단만 갑작스럽게 폐쇄되는 게 아니라 사드 배치도 갑작스럽게 성주에 배치되는 것을 보고, 갑작스러운 한반도의 위기와 남북관계 악화를 보고 이 갑작스러움이 왜 생겼을까 했는데, 이번 비선실세가 폭로되니까 국민들이 이해를 하게 되죠. 국가의 공권력을 아주 수준 낮은 비선 라인에 의존해서 안보에 영향을 주는 엄청난 결정을 하는구나, 하니까 이제 실망이고 뭐고 간에 경악하는 거죠.

◇ 신율: 세월호 7시간 말씀하셨는데,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본인은 관저에서 할 일을 다 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 한완상: 그게 무치의 절정이죠. 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가 공권력의 최고 위에 있는 분들은 항상 국민의 아픔은 내 부덕이라고 하는, 그런 공감적 리더십, 이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 필요하죠. 그게 너무 없어서, 저도 지난 일요일 청와대 간담회를 보고서 자기가 잘못한 걸 전혀 모르는, 어떻게 이런 분이 사람일 수 있는가? 대통령 이전에 사람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느껴요. 동물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사람만이 부끄러워해요.

◇ 신율: 그리고 지금 어쨌든 개헌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교수님께서는 개헌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한완상: 개헌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촛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1천만 명 이상의 민주 시민들이 아주 세계 언론의 극찬을 받으면서 비폭력 평화 집회를 했는데, 우리 천만 시민들의 민주적 열망을 담아내는 개헌이 아니면 개헌은 우리를 다시 슬프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사실 우리 국민들이 새해를 맞이해서 광장의 촛불의 민주적 열망, 비폭력적 평화의 열망을 정치권 안으로 들여와서 제도화 하는 것이 개헌이라고 생각하고요. 개헌을 지금 정치인들이 떠들고 있는데, 개헌의 주체는 지금 헌법 1조가 규정하는 대로, 주권자인 국민이 주도가 되어서 개헌을 해야 합니다. 국민주도적 개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지금 정당 간에, 정치인 간에, 파벌 간에 개헌에 대한 무수한 서로의 오해와 공격들이 있는데, 이건 벌써 추악합니다. 광장의 열망을 제도화하는 것이 개헌입니다.

◇ 신율: 제가 두 가지 여쭤볼 게, 지금 호헌을 주장하는 쪽이 정략적으로 호헌을 주장한다는 분석도 많거든요.

◆ 한완상: 그럼요. 지금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3지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고하니, 87체제를 극복하자고 하잖아요. 87체제는 완벽한 민주체제가 아닙니다. 87체제의 결과 군사정부가 연장되었습니다. 그런데 87체제를 넘어서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87체제가 극복 못했던 60년 체제, 군사 쿠데타 체제입니다. 이것을 넘어가야 합니다. 60년 5.16체제를 넘어가야 해요. 5.16체제도 소위 이승만 권위주의 체제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번에 개헌을 하려고 하면 87체제를 넘어갈 게 아니라 60년 체제와 더 거슬러 올라가서 48년 체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48년 체제가 뭡니까? 그해 8월에 남쪽이 독립정부를 만들고, 9월 9일에 김일성이 북쪽에 정부를 만들어서 수천 년을 동족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이 두 국가로 나누어졌거든요. 그러고 나서 남북 간의 열전 3년, 냉전 68년을 해오고 있는데, 이 체제를 유지해온 친일, 냉전수구 세력이 아직도 새누리당의 우산을 쓰고 생존해 있고,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 체제를 우리가 말끔히 청산해야 하는데 이 이야기를 하는 정치 세력은 없고, 기껏해야 87년을 이야기하고, 87년을 이야기하면서도 조그마한 권력 구조의 문제에 매달려서 이야기하는데, 이건 촛불의 열망하고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 신율: 지금 교수님이 5.16체제를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5.16체제 극복 중에 한 가지로 말할 수 있는 게, 사실 박정희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에 첫 번째로 이야기한 게 ‘내각제는 혼란이다. 그래서 내가 안정을 가져왔다.’ 이건데요. 그래서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내각제를 하면 혼란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게 군사 쿠데타의 합리화 세뇌의 영향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 한완상: 맞습니다. 신 교수님이 잘 보셨는데요. 그러나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셔야 하는 게요. 지금도 우리는 보통 선진국, 민주국가와 달리 나라가 분단되어서 아직도 싸우고 있는 엄혹한 현실에다가, 우리 남쪽을 보면 경제적 양극화가 워낙 심해서 젊은 청년들이 헬 코리아라고 할 정도가 되잖아요. 이런 구조적인 양극화와 남북 분단이라고 하는 엄청난 우리의 과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정파 간의 싸움에 따라서 이합집산 하는 내각제는 사실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박정희가 장면 내각제를 빌미로 삼아서 군사독재를 합리화시킨 것도 우리가 기억하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분단의 어려움, 정치 경제적인 양극화, 이 엄혹한 현실을 극복하려면 당파싸움을 날마다 하게 하는 순수내각제, 이것은 우리가 고려하지 않아야 하고, 한다면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창조적인 마이너리티가 들어오게 하면서 동시에 4년제 대통령 연장하는 정도로 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탄핵 끝나면 바로 대선 정국으로 들어가니까 이 다음 정부가 반드시 국민 앞에 탄핵 정신을 존중해서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그걸 하도록 해야 합니다.

◇ 신율: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이렇게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완상: 네, 제가 한 마디만 더 해도 될까요? 이번에 우리 촛불에 대해서 세계 언론이 여러 가지로 찬사를 했는데,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언론에서는 어떻게 말 하냐면 ‘세계 민주주의를 수입했던 한국이 이제 원산지 민주주의보다 더 모범적인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가 아시아적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던 모든 주장은 끝났다, 한국적 민주주의를 이야기했던 박정희와 박근혜의 생각은 틀렸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이런 말도 했습니다.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이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 이 정도로 우리가 나가고 있으니까 이것을 다시 한국적 민주주의 수준으로, 유신체제로 회기하려고 했던 박근혜는 아버지의 명예까지 실추시키면서 역사를 후퇴시킨 것이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아주 단호한 정치가 나와야 합니다.

◇ 신율: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완상: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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