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영상] 이진성, 시 읊어주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팔팔영상] 이진성, 시 읊어주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2017.11.22. 오후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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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 존경하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님과 위원님 여러분. 많은 것이 모자란 제가 헌법재판소장의 막중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서면서도... 전직 대통령 탄핵 결정의 보충 의견에서 진정한 지도자는 국가 위기의 순간에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하며... 불평등이 없는 세상은 없지만 결과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출발선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랑에 바탕을 둔 정의를 추구함으로써... 이제 위원님들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김종삼 님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를 들려드리고 인사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그런데 다소 뜬금없는 시 낭송?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마음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이진성 /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 누가 제게 '정의가 뭐냐'고 물어도 저는 진정한 법률가가 되지 못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생각에 생각을 더해 제 모자람을 줄이고 이 땅에 정의가 더욱 뿌리내리도록 미력을 다하겠습니다. 시인과 다름없이 살아가시는 인정 많은 우리 국민들이 헌법이라는 우산 아래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비합리적인 차별을 받지 않으실 수 있도록 헌법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시를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진성 (2012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 여러 모로 부족한 제가 헌법재판관후보자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서서 이제 위원님들께 김종삼 시인의 '장편 2'라는 짧은 시를 들려 드리면서 인사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장편2' -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 상(床)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이진성 (2012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 흔히 사람을 출신이나 지위, 행색이나 장애 유무와 같은 겉모습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속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 속의 소녀와 같이 사회의 밑바닥에서 고달픈 삶을 살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는 많은 국민이 계십니다. 저는 그들이 내미시는 손을 따뜻하게 잡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헌법재판관이 되고자 다짐합니다.]

부디 '언행일치' 헌법재판소장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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