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 '벵갈 고양이'가?...국감 이색 동행 모음

10일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을 대상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벵갈 고양이'가 깜짝 등장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9월 18일 개최된 3차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같은날 탈출한 퓨마가 사살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퓨마 사살 사건은 지난달 18일, 퓨마 한 마리가 대전동물원을 탈출해 배회하던 도중 4시간 30여분만에 사살됐던 사건이다. 하지만 퓨마가 직원이 실수로 열어놓은 문밖으로 나갔으며, 탈출지에서 머지 않은 곳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잉 대응 논란이 빚어졌다.

김 의원은 "지난 9월 18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가져왔다"며 벵갈 고양이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 9월 18일 남북정상회담 하는 날, 대전 모 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했는데 전광석화처럼 사살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같은 날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된 게 맞느냐"고 질의했다.

김 의원은 이어 "퓨마가 우리를 이탈한 지 1시간 35분 만에 NSC 회의가 열렸다. 작년 5월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2시간 33분 만에 회의가 열렸다. 미사일 발사보다 더 민첩하게 청와대가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퓨마는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거의 보고된 적 없다. 퓨마는 고양잇과 동물 중에서도 가장 온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육사나 관람객을 살상하거나 하는 게 전혀 아니라 우리 밖으로 나간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NSC 회의 소집은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또한 사살하지 않고 울타리를 넘어가 주민에게 위협이 됐다면 정부를 비난했을 상황이라며 동물원 측과 협의해 사살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 측은 벵갈고양이를 어렵사리 공수해 며칠간 닭가슴살과 참치 등을 먹이며 이색 증인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물을 증거로 삼기 위해 또 다른 동물학대를 저질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감에 동물이 등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환경부 국정감사장에는 '괴물 쥐'라는 별명을 가진 뉴트리아가 등장했다. 뉴트리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용남 의원은 뉴트리아의 습지 생태계 파괴 현황을 전달하고자 동물을 국감에 등장시켰다고 밝혔다.

2010년 국정감사에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밀렵꾼에 포획됐다가 환경단체에 적발된 구렁이와 함께 등장했다. 차 의원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동물을 무분별하게 포획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구렁이를 들고 왔다고 밝혔다.

YTN PLUS 정윤주 기자(younju@ytn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