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100엔 육박...우리 경제 타격 [최영주, 경제부 기자]

엔·달러 환율 100엔 육박...우리 경제 타격 [최영주, 경제부 기자]

2013.04.15. 오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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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일본 정부의 대규모 양적 완화정책으로 '엔저 현상'이 심화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수출 경쟁국인 엘본의 엔화 약세 추세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엔저 현상'의 배경과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취재기자와 함께 진단해 보겠습니다.

경제부 최영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먼저, 최근 환율 추이부터 살펴보죠.

원·달러 환율도 올해 초에 비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엔에 육박할 정도로 많이 올랐다고요.

[답변]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오늘 오전 11시 기준으로 98.20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는 아베 총리 집권 후 석 달 만에 15%나 떨어졌습니다.

엔화 가치가 100엔을 돌파한다면 지난 2009년 4월 이후 4년 만에 최대 약세를 보이는 것입니다.

일본 아베신조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이 강도를 높이면서 세계 경제가 그야말로 '엔저' 공포에 휩싸이고 있는 양상입니다.

그 동안의 추이를 살펴보면,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할 때만 해도 달러당 83엔 정도에 불과했던 엔·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더니만 지난 4일 일본 은행이 파격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내놓자 100엔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추이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말, 1,050원 선까지 하락하며 강세를 띄던 원·달러 환율도 올해 들어서는 북한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다소 오르면서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엔화 가치의 하락 폭 만큼은 아니어서 또 한 차례 엔저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 수출기업에 악재일텐데요. 실제 지난해 말부터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 가시화되고 있죠.

[답변]

엔저 현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말부터 수출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율 대응 능력이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똑같은 물건을 일본에 수출해도 예전만큼 수익을 얻지 못하고, 또 글로벌시장에서 수출 경쟁국인 일본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도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 총수출은 전년 대비 0.5% 증가했지만, 엔저의 영향을 받는 일본과 미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9.6%, 4.3% 감소했습니다.

특히 일본과 경합 품목인 자동차, 기계, 철강 등의 수출이 부진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 차의 판매는 지난 1분기 4.8% 증가했지만, 한국차는 3.4% 감소했습니다.

엔저를 통해 일본 기업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과거 10∼20%나 차이가 났던 일본 기계 제품과의 가격 차는 최근 5∼10%까지 줄어, 자칫 시장을 빼앗길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소기업의 환 변동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올해 환 변동 보험 인수 규모를 2조 원 이상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습니다.

[질문]

앞서 지적했듯이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타격을 입는 고전적인 산업 분야로 철강과 석유화학, 자동차 분야 등이 꼽히는데요.

소매 판매 분야도 엔저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던데 대표적인 제품이 술이라고요?

[답변]

일본의 술 하면 사케이고, 우리나라의 전통주하면 막걸리죠.

그런데 우리나라 인기 주종인 막걸리 뿐만 아니라 소주와 맥주의 수출 실적이 두 달 연속 동반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주의 지난달 수출액은 950만 달러, 맥주는 44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각각 11%, 23.6% 감소했습니다.

특히 막걸리는 170만 달러에 그치면서 50.7%나 급감했습니다.

농식품부는 주류 수출의 전반적인 부진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엔화 약세'가 한몫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질문]

엔저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지만 우리 금융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는 모습이죠.

[답변]

'북한 리스크'에 엔저까지 겹치면서 우리 주식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코스피는 잠시 회복하는 듯 하다가 다시 낙폭을 키우며 1,930선 아래로 밀려나더니 오늘은 장중 1,910선 마저 무너졌습니다.

엔저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에 따라 코스피가 하락한 측면도 있고요, 우리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엔화가 쌀 때 자금을 빼 일본 주식시장으로 집중시켜 상대적으로 코스피가 더 하락한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 최근 7개월간 일본의 주가는 50%나 오른 반면 코스피는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거래소 등의 집계를 보면,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해 9월 13일 8,995.15에서 7개월 만인 이달 12일 13,485.14로 49.9%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코스피는 1,950.69에서 1,924.23으로 오히려 1.4% 떨어졌습니다.

특히 자동차 대표주 가운데 도요타 주가는 7개월간 3,170엔에서 5,660엔으로 78.5% 오른 반면 현대차 주가는 23만 4천500원에서 19만 7천 원으로 16%나 내렸습니다.

[질문]

엔저 현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실로 큰데요. 엔화 약세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나요?

[답변]

조만간 엔·달러 환율은 1달러에 100엔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하반기를 넘어서면 엔저 속도는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그 시점은 오는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뒤엔 엔저 흐름이 더뎌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녹취: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재정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90~95엔대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기 때문에 엔약세가 초약세 국면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적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 국도 엔저 현상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아베노믹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을 지지해왔던 미국 재무부도 엔저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 주말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일본의 정책수단은 국내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일본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일본 엔화 평가절하에 이처럼 새롭고 날카로운 표현을 쓴 건 이례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습니다.

일본 당국은 이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때마침 오는 18일부터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데요, 이번 회담이 엔화 향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엔저의 최대 피해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의 노골적인 엔저 정책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성명서에 담아내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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