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서별관회의, 책임론 피하기 위한 꼼수

[생생경제] 서별관회의, 책임론 피하기 위한 꼼수

2016.07.05. 오후 4:1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생생인터뷰]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1997년 이후 역대정부에서 운영한 거시경제정책회의 협의체
-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 책임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검이나 청문회 필요
- 비공개로 하되 추후 공개가 가능한 기록을 남겨 책임소재 규명이 가능하도록 해야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어떤 일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결정하는 사람과 의견이 필요합니다. 그런 회의가 어느 곳이든 있기 마련인데요. 대우조선해양 지원,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됐다는 얘기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으로부터 수면위에 떠올랐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죠. 여야도 정치권에서 정치적 문제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처럼 수조 원의 돈이 투입되는 중대한 경제정책을 논의하는 비공개 거시경제 협의체, 회의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비공개와 책임 없이 한 결정에 대해 논란과 이야기가 분분합니다. 일각에서는 회의체가 정말 필요하냐는 회의까지 일고 있는데요.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이하 박상인)>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중요한 일들이 결정되는 회의, 자료나 기록이 없는 상태인데요. 그런 것들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이 서별관 회의라는 건데요. 비공개 거시경제 협의체로 알려져 있는데요. 목적과 내용 어떻습니까?

◆ 박상인> 서별관 회의 시초가 97년 외환위기 당시 김영삼 정부에서 중요한 정책 조정을 위해 비공개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고요. 역대 정부에서도 중요한 정책 조정을 이른바 서별관 회의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당시 외환위기 때 긴급한 경제 상황에서 필요성 때문에 생긴 비공개 임시적 성격이 그 이후에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이고요. 중요한 정책 결정이 비공개 회의에서 어떤 정책 당국자가 어떤 근거로 판단을 했는지 자료도 하나도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문제죠.

◇ 김우성> 말씀하신 것처럼 김영삼 정부 후반기부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져 중요한 경제 정책의 결정이 이뤄지는 회의인데요. 주로 어떤 내용들이 이뤄졌을까요?

◆ 박상인> 정확한 기록이 없기에, 예를 들어서 회고록이나 메모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같은 경우 4대강, 자원외교 같은 중요한 문제들이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되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DJ, 노무현 정부 때도 중요한 것을 서별관 회의에서 다뤄졌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정책 협의체가 필요하고, 상황에 따라 비공개로 신속하게 기구나 모임 자체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내용 자체가 회의록으로 남지 않고 어떤 과정과 어떤 근거로 정책 결정을 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기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되지요. 관료들 입장에서는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을 했을 때 근거를 남기지 않기에 정책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요. 불합리한 정책에 대해 추후 적으로 연구나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도 필요할 수 있는데, 그럴 근거도 없다는 것이죠. 이번 대우조선해양 경우 분식 회계 징후를 감지했음에도 4조 원 정도를 추가로 대출해주도록 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심각한 범법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회의록을 남기게 했다면, 당장 공개하지 않더라도 몇 년이 지나 공개 하도록 하는 식의 규정이 있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의사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회의록 자체는 없으니 진실 공방까지 이어지죠.

◇ 김우성> 교수님 말씀처럼 긴급하고 중요한 거시적 정책 결정, 수조 원 단위 돈을 써야 하는 결정에 있어서 회의체, 이런 형태의 회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있지만, 가장 궁금한 점은 몇 년 지나서 공개될 수 있다는 비공개 회의록을 남긴다든가, 책임에 대한 여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어떠한 것도 남지 않은 부분 때문에 의혹이 더 커지고 있거든요. 이렇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와 배경, 어떻게 보십니까?

◆ 박상인> 이유는 없습니다. 회의록을 남기고 비공개 회의로 하거나 회의록을 바로 공개하지 않을 이유는 있겠죠. 경제에 대한 민감한 영향 같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예를 들어 다음 정권이나 4년이 지나 회의록을 공개할 수 있게 하는 데 있어서 특별히 공개 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다만 회의를 하시는 분들의 편리성 때문이 아닌가. 그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든 기록이 남지 않고 어떤 결정을 했든 기록이 없으니 정책적 합리적 판단인지 사후적 판단도 못 하게 하는 것이죠.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 보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의사 결정이 비합리적이고 전체적 의사 결정이 경제 논리로 이뤄진 것인지, 정치적이나 이해의 논리로 이뤄진 것인지 사후적으로도 알 수 없고요. 사후적으로 알게 되는 기제 자체가 사전적으로 정치 논리나 외압에 의한 의사 결정을 정책 당국자들에게 부담을 줘서 그런 의사 결정을 못하게 하는 것이죠. 회의록을 남기지 않고 일정 시점 지나 공개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회의 자체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운영 방식에 대한 얘기인데요. 지금 정치권은 공방이 거셉니다. 회의록이 없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요. 정책 결정이 아닌 협의를 위한 회의인데 무슨 공개냐, 문제가 없다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운영과 참여하는 구성원들, 주요 경제 정책 결정하는 관료들이 다 들어가 있고, 금융 위원장, 금융 감독원도 거론되는데요. 이렇게 구성된 협의체 구성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상인> 현안에서 중요한 분들이 모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분이 어떤 근거로 어떤 의사를 결정했고 종합적으로 어떤 결론이 도출되었는지는 분명하게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대우조선도 STX도 서별관 회의를 통해 지원이 결정되었다고 했는데, STX 경우 4조 5천억을 3년 반 동안 허공에 날렸지 않습니까? 경영진들이 주주들의 4조 5천억이라고 하는 주주들의 가치를 허공에 날린 사건이고, 책임을 안 지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이 주인이고 주주에 해당하죠. 국민들의 세금, 국가 재정을 어떠한 근거로 어떠한 판단으로 사용했고, 그게 정책 실패로 갔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고요. 정책 실패 내지 비경제적 논리에 의한 의사 결정이 있었는지 여부조차를 은폐하기 위해 원천적으로 회의록을 안 남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증언이나 얼마 전 서별관 회의 문건이라는 것을 근거로 해서 국정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나 특검을 통해서라도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불법이다 아니다, 논의는 건설적이지 않고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비공개 회의 자체는 인정하더라도 비공개 회의 회의록은 반드시 작성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는 공개하는 규정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에 대해 이유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일파만파 이슈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도 국가들이 중요한 거시 정책을 결정할 때 논의하는 협의체가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우리보다 나은 점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까?

◆ 박상인>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버냉키 Fed 의장과 폴슨 재무장관이 비공개 회의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회의록을 항상 남겼고요. 미국은 닉슨 대통령 워터게이트 이후 이른바 회의 공개법이 제정되어서 모든 회의 과정과 일정을 공개하도록 기록을 남기도록 의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회의 공시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적어도 회의록을 남기고 일정 기간 지나 공개하는 규정들을 이번 기회에 마련할 필요가 있고, 다른 한 편 서별관 회의에서 이뤄진 대우조선해양, STX에 지원에 관한 부분에 대한 사실 규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우성>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미니 중수부라 불리는 특별수사단이 첫 번째 수사를 착수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고 봅니까?

◆ 박상인> 최근 일련 서별관 회의에 대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기에, 검찰도 수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도 다른 한편에서는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책적 판단이라고 이야기하고 근거를 댈 만한 것들을 남기지 않았기에 이 말이 맞다, 이런 논의로 끝날 수 있거든요. 국회 차원에서 청문회와 국정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그 이후에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가 이뤄지거나 특검을 통해서 수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김우성> 책임에 대한 것들, 그런 이유로 요구되는 기록들을 다시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박상인>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