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늘어나는 '그림자노동' 이익은 누가 가져가나?

[생생경제]늘어나는 '그림자노동' 이익은 누가 가져가나?

2017.02.21. 오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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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정택수 경실련 간사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조금 낯설고 어려운 개념이지만,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개념입니다. 주유소에 가시면 셀프 주유소 많이 늘어난 것 보셨을 겁니다. 기름을 넣기 위해서 차를 정차하고 내가 내려서 결제하고 주유구를 열어서 직접 주유합니다. 그리고 다시 기름 뚜껑을 닫고 결제된 카드 내역을 확인하고 떠나는 거죠. 생각해보면 셀프로 하면 더 싸겠지, 이런 생각도 있지만 내가 왜 이렇게 기름과 같은, 별로 몸에 좋지 않은 것도 만지면서 노동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 겁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바일, 비대면이 늘어나는 것만큼 창구와 직원 수는 줄일 텐데요. 그만큼 고객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그림자 노동’이라고 합니다. 대가 없는 노동이라는 뜻인데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관련 전문가와 문제점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정택수 경실련 간사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정택수 경실련 간사(이하 정택수)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저도 오늘 자료를 찾으면서 봤더니, 많지 않더라고요. 전문가분들 인터뷰도 별로 안 되어 있는 내용인데요. 그림자 노동이 뭔가 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 정택수>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대가를 지불받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노동들을 통상 그림자 노동이라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철학자가 처음 제시한 개념인데요. 일반적으로 자급자족 노동의 경우 내가 일한 만큼의 결과물을 내가 가져가지 않습니까? 임금 노동의 경우 내가 다른 사람의 일을 해주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데요. 그림자 노동의 경우 대표적으로 가사노동이나 육아나 이런 것들을 꼽을 수 있는데요. 우리가 그 노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응당하는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는 노동, 이런 노동들을 통칭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개념들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앞서 셀프 주유소 얘기를 드렸는데요. 지금 그림자 노동이 사회 전반 많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은행도 그렇고요. 그러면 결국 이렇게 되는 배경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정택수> 아무래도 사회가 점차 고도화되면서 효율성을 강화하는 추세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이런 그림자 노동의 확대로 볼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사실 이윤이 남지 않는다면 이러한 형태로 경영 형태를 바꿀 이유는 없거든요. 결국 그림자 노동 상태로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노동을 분담시킴으로써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기에 이러한 노동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우성> 결과적으로는 그림자 노동을 고객들에게 노동시키면서 기업들이나 업주들이 조금 더 이익을 가져간다, 그 이익 때문에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군요?

◆ 정택수> 네, 그런 측면이 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우성> 지금 오스트리아 철학자가 낸 개념이며 이제 우리나라 사회에서 관심을 갖는 추세인데요. 정부의 소극적 행정 서비스, 특히 인사철에 공무원들 바짝 엎드려서 복지부동하죠. 정책 실패, 이런 것들도 국민들에게 각자도생하도록 해서, 행정 서비스를 못 받도록 해서 그림자 노동을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확대해석하는 경우도 있던데요. 어떻게 보세요?

◆ 정택수> 그림자 노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약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러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림자 노동이 지불받지 못하는 노동이라는 개념으로 무한대로 확대시켜 봤을 때, 그러한 행정 서비스의 정책 실패로 인한 나의 노동도 그림자 노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요. 그림자 노동이라고 하는 용어를 통해서 조명하고자 하는 노동의 사각지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러한 사각지대가 무엇인지, 우리가 과연 어떤 부분을 더 조명할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우성> 미국에서는 지금 출퇴근하는 거리와 시간 비용도 그림자 노동이라는 해석까지 나오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YTN 생생경제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계속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눌 텐데요. 앞서 은행 이야기도 했지만, 여러 고민들을 생각해보면, 결국 그림자 노동의 폐해가 있을 거라는 얘기들을 지금 떠올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 같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 정택수> 일단 그림자 노동과 맞물려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기술의 발전이라는 측면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이제 은행 거래나 이런 부분에서 앱을 꼭 다운받아야 하며 비대면 거래를 해야 하고, 이런 것들이 노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소외 계층에게는 오히려 서비스 접근에 있어서 큰 장애가 될 수 있거든요. 이런 분들에 대해서 그림자 노동이 어떤 사회적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복지제도를 좀 더 강화해 이들을 배려할 수 있는 조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사실 창구 이용 수수료 얘기도 최근에 인터뷰를 했습니다. 은행이 창구 이용하려면 돈을 내라, 그게 사실 점포와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며 그림자 노동 이야기까지 나오는데요. 일자리 문제도 고민해야 하지 않습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가지 형태의 그림자 노동이 결국 그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만드는 결과가 나오지 않느냐는 고민도 있는데요.

◆ 정택수> 지금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엄밀하게 따지면 기술의 발전에 의해서 그림자 노동과 일자리 부족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너무 발전하고 효율성이 강조되다 보니까 부산물로서 그림자 노동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노동력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일자리는 줄어들게 되는 건데요. 결국 노동자들이 원하는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고 어느 정도 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양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꾸준히 수반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이 자리에서 없어지는 것을 다시 살려내라, 다시 주유원들을 고용해라, 이렇게까지 접근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에 상응하는 다른 확산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 정택수> 기술의 발전을 역행할 수는 없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의 정책도 맞춤형 대응으로 새로운 방안을 꾸준히 개발하고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기준이라는 게 없으니까 다시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불리함, 이렇게만 볼 문제가 아니라 결국 제도나 정책이 이런 부분을 조금 보완하고 보호해줘야 할 텐데요. 어떤 대안들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 정택수> 앞으로 사회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대두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앞으로 이렇게 기술의 장벽이 높아질수록, 사회 양극화 부분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양극화 격차를 줄이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범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고민들을 앞으로 꾸준히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기술적 대응이나 일자리 창출, 복지 제도 보완 등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결국 그림자 노동이 만들어 내고 있는 이익의 편중, 이런 부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양극화 등 이런 문제들에 대한 포괄적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자리가 사라져도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책 그림자 노동 속 말이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 정택수>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정택수 경실련 간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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