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재계 큰 별 지다...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새로운 LG는?

[생생경제] 재계 큰 별 지다...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새로운 LG는?

2018.05.21. 오후 4:2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생생인터뷰] 재계 큰 별 지다…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새로운 LG는?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PD
■ 대담 :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

◇ 김혜민PD(이하 김혜민)> 오늘 가장 뜨거운 경제뉴스를 제일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2016년 우리나라 대표 기업 회장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때 그들의 모습을 보며 헛헛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데요, 그 중 유독 한 기업인만이 국민들에게 칭찬을 받았습니다. 국회에서 기업과 정부 사이에 불공정한 거래가 없도록 막아달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 기업인 바로 LG그룹 구본무 회장입니다. 구본무 회장이 향년 73세로 별세했는데요. 구본무 회장의 경영리더십과 앞으로 변화될 LG에 대한 이야기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이하 박주근)>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CEO스코어가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어떤 기준으로 기업들을 평가하시는지 궁금하더라고요.

◆ 박주근>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기본적으로 재무, 사회적 역할, 오너 일가들의 지배구조 투명성, 여러 가지 사안들을 평가해서 언론사에 제공하고 여러 채널을 통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기업들에게 조언도 해주시고요.

◆ 박주근> 그렇습니다.

◇ 김혜민> 기업을 평가하는 회사인 대표님이 판단하시고 평가하시는 LG그룹의 구본무 회장, 어떤 분인지 궁금해요. 구본무 회장, 어떤 경영인이라고 평가하세요?

◆ 박주근> 개인적으로 제 첫 직장이 LG였습니다. 만나본 적도 있고, 같이 일도 한 경험이 있는데요. 구본무 회장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경영, 정도경영이죠. 또 한 가지는 혁신경영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부친인 구자경 회장과 함께 기술경영, 기술 특히 R&D에 대해 집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혜민> 정도경영, 혁신경영, 기술경영. 좋은 경영인이었다는 게 이 세 가지로 압축되는데요. 비교적 젊은 나이에 3세 경영을 시작하셨잖아요. 아버지인 구자경 회장이 93으로 생존해계시고요. 승계할 당시에도 건강한 상태에서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줘 화제가 됐던 거로 기억하는데, 승계 당시 이야기 좀 해주세요.

◆ 박주근> 1995년도 회장직에 오르시는데, 부친인 구자경 회장은 살아계시죠. 93살입니다. 할아버지인 구인회 회장이 LG그룹 창업하시고 아들인 구자경 회장이 이끌어 오다가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는데 생존해계시는데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파격적 행보를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LG그룹 오너 일가들에게는 두 가지 원칙이 주어지는데, 첫 번째는 장자승계를 해야 한다. 이 집안이 경남 하남 출신 분들입니다. 양반 가문, 유교 문화에 있어서 지키고 있고요. 두 번째는 70세 은퇴, 그래서 자손들이 많다 보니까 그런 부분도 있지만 차세대 주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당시 재계에서 최초였고 무고한 상태에서 경영권을 물려줬고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경영을 떠나는. 실제 구자경 회장이 구본무 회장에게 물려 줄 95년 당시에는 구자경 회장의 동생들도 같이 물러납니다. 그런 전통을 아직도 LG는 이어가고 있다고 보면 되는 거죠.

◇ 김혜민> 장자 승계, 70세 은퇴하는 원칙을 잘 이어왔기 때문에 정도 경영이라는 경영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LG는 재벌가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왕자의 난이 없도록 하는데 유명한 기업인데 아마 그 이유가 장자승계 원칙 때문일 거고요. 주말 내내 구본무 회장에 대한 소식이 굉장히 많았어요. 워낙 재벌에 대한 안 좋은 소식이 많으니까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한편으로 이게 정말일까, 이런 생각들을 했거든요. 어떻습니까? 정도 경영의 좋은 예, 구본무 회장을 알 수 있는 예를 한 번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박주근> 정도경영이 뭘까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도경영은 편법이나 불법을 하지 않고 경영을 할 때 말 그대로 정도를 한다는 거죠. 쉽지 않은 거죠. 기업의 활동이라는 것은 결국 돈을 버는 활동인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도 많고 그게 눈에 보일 때는 여러 가지 편법도 하고 싶은 게 기본적인 욕심인데, 많은 기업인들은 그런 LG 가문은 그것을 본 거죠. 정도로 갔을 때 오래할 수 있다. 눈 앞에 보이는 것보다는 정도경영했을 때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 혹은 더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고요. 특히 LG가는 구본무 회장도 그렇지만 다 군필이고,

◇ 김혜민> 장교 출신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 박주근> 군대를 꼭 다녀오는, 그리고 저희가 CEO스코어 조사했는데 100대 그룹의 3, 4세들 조사해보면 입사해서 임원까지 평균 4년이 안 걸립니다. LG가문의 이분들은 평균 7~10년 이상 걸립니다. 오너 일가라고 하더라고, 장자승계를 하더라도 충분한 경영 수업을 쌓게 한 다음에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도 정도경영이라든지 재벌오너가 다른 그룹과 차별되는 점일 수 있고요. 또 하나는 LG가 노사 문제에 있어서 노경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냅니다. 노사에서 노경, 즉 사용자와 근로자가 함께 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 지금도 LG는 삼성과 다르게 노조가 있지만 노사분규가 거의 없는, 그런 이미지도 가지고 있어서 일반인들에게 LG는 그런 기업으로 이미지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혜민>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는 그거였습니다. 어려울 때 사람 내보내는 것 아니다, 라고 구본무 회장이 얘기하면서 경영진을 다독거렸다는 일화인데요. 그런데 사실 LG화학노조 불법 도청이나 사찰 의혹도 있긴 했어요.

◆ 박주근> 그렇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처럼 큰 규모로 조직적이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사소한 그런 문제는 어느 그룹이고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LG가 그래도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건 오랜 기간 동안 큰 이슈 없이 굴러왔다, 쉽지 않은 길을. 그래서 정도경영이나 인화, 이런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혜민> 구 회장께서 우리 사회 의인들을 격려하고 격려금을 줬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 박주근> 그렇죠. LG의인의 상, 이런 부분을 보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구본무 회장은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정도경영, 그중에 일환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로 전환한 것도 하나의 움직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야기 좀 해주세요.

◆ 박주근> 2004년도 LG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순환출자고리가 아닌 지주회사 체제로 바뀝니다.

◇ 김혜민> 지금까지도 안 한 기업들이 수두룩한데요.

◆ 박주근>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배구조 문제에서는 가장 빨리 선도적으로 작업을 했고, 물론 그에 대한 배경은 있습니다. LG 그룹은 원래 구 씨와 허 씨가 공동 창업한 회사입니다. 구자경 회장에서 구본무 회장으로 3세로 넘어오면서 많은 방계 혈족들이 있었죠. 그래서 그룹 계열을 분리할 필요가 있었어요. 가장 큰 계열 분리는 구 씨와 허 씨의 계열 분리입니다. GS그룹이죠. GS그룹과 LG그룹이 분리하면서 사실 공동경영을 몇십 년 하고 나면 이권이나 이런 것 때문에 굉장히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에도 잡음 없이 분리가 잘 됐고 그래서 GS도 지주회사 체제로 똑같이 분리됩니다. 그 이후 우리가 아는 LS그룹, LIG, LF, 희성그룹, 이런 그룹들이 하나씩 계열분리 되어갔지만, 경영권 분쟁이나 큰 다툼 없이 분리되었고, 그 분리된 그룹들도 똑같이 LG처럼 지주회사 체제로 분리되면서 지배구조에서는 굉장히 타그룹에 비해서 모범적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김혜민> 형제들 안에서도, 부자간에도 이러한 계열사 분리할 때 잡음이 심한데, 이렇게 계열 분리를 깨끗하게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우인 것 같습니다. 또 기술, 기술경영이 핵심이잖아요. 이것으로 기업이 이익을 내야 하니까요. 국내 내수 주력 기업에서 세계로 뻗어가는 LG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구 회장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특히 화학, 전자, 통신 등의 발전이 컸던 거로 보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성과도 짚어주세요.

◆ 박주근> LG그룹은 구인회 회장이 그룹을 만들고 구자경 회장까지는 기초를 닦은 세대라고 보면, 95년도 구본무 회장이 50세 나이로 LG그룹을 승계받을 때는 그때가 마침 럭키금성에서 LG로 바뀐 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회사 이름을 바꾼 것 같이 글로벌 도약을 한 해이죠. 구본무 회장의 여러 경영 활동 중에서 95년부터 작고하시기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행사가 있습니다. 그게 LG테크노 컴퍼런스라고 해서 그룹 내 여러 기술들을 경연하는 대회가 있고요. 5월에 하는 LG혁신대회라고 해서 각 계열사가 최고의 상품을 만든 것을 경진대회 하는 게 있는데요. 이 대회는 구본무 회장이 작년에도 참석할 정도로 기술에 대해 집착하고 계셨고요. 특히 지난 달 마곡동 LG R&D 센터 대규모로 4조 원 정도 투자한 것도 그 기획 단계부터 완공까지 구 회장이 일일이 다 한 거로 알고 있고요. 병중 마지막 아쉽지만 준공식까진 못 했습니다. 여러 가지 경영의 참여를 보면 이분이 얼마나 기술에 대해 집착했고 기술경영에 대해 애정을 쏟았음을 알 수 있고요. 이 덕분에 LG의 주력은 전자와 화학과 정보통신입니다. LG화학으로 시작한 럭키금성 그룹이 전자와 정보통신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눌 만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 김혜민> 기술에 대한 집착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기술을 개발하는 인재에 대한 사랑,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 철학으로 발전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구본무 회장이 3세입니다. 한진그룹에 문제가 되는 사람들도 3세라서 우리가 사실 대기업이나 재벌의 3세라고 하면 안 좋은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4세 경영으로 넘어갈 텐데, 이어지겠죠? 구광모 상무죠.

◆ 박주근> LG그룹은 기업이 80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 4세 경영으로 넘어간 상태이고요. 지난 주 갑작스럽게 구광모 상무를 ㈜LG의 등기이사로 올리겠다는 이사회를 열었기 때문에 핫이슈였고, 구본무 회장이 작고하신 건데, 그만큼 급박했던 거죠. 그러면서 4세 경영의 본격적 닻을 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이 ㈜LG의 지분을 7.7% 있으면서 구광모 상무보다 1% 이상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G의 등기이사직을 조카인 구광모가 하는 것에 대해 별 이견을 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얘기했듯이,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을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도 지키겠다고 한 거로 볼 수 있고요. 현재로는 구광모 상무가 LG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확정되는 것은 큰 이변이 없을 것 같습니다.

◇ 김혜민> 구광무 상무에 대한 개인적 얘기이지만 보도가 나왔습니다. 구본무 회장이 양자이죠?

◆ 박주근> 그렇습니다. LG그룹의 가계도를 봐야 하는데요. 구자경 회장 밑에는 구본무 회장을 장남으로 회사 5남매가 있습니다. 첫째가 구본무 회장이고, 둘째가 구훤미, 셋째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입니다. 셋째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이 구광모 상무의 친아버지가 되죠. 그리고 넷째가 구미정, 다섯째가 구본식. 구원모라고 해서 구본무 회장의 원래 아들이 있었는데 사고로 안타깝게 죽어서 2004년도 둘째인 구광모 상무가 양자로 입적하면서 LG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 김혜민> LG는 후계자들이 경영할 때도 시간을 많이 두고 경영 수업을 많이 하는 거라고, 전통이라고 하셨는데 구광모 상무가 상무 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습니까.

◆ 박주근> 2004년도 양자 입적하고 2006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합니다. 상무를 단 것은 2013년이니까 꽤 시간이 걸렸죠. 다른 재벌 기업의 3~4년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요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부서들을 두루 거치는 과정을, 현재도 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 김혜민> 일각에서는 그게 좋은 점인데 말 그대로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현업만 했기 때문에 과연 구광모 상무가 리더로서 회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급작스럽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지주회사 주력 계열사 6곳 회장들이 보좌하면서 나아갈 거라고 전망하더라고요.

◆ 박주근> 그렇습니다. 갑작스럽게 그룹의 리더가 됐다고 해서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 이사회가 존재하고 각각 전문 경영인들이 존재하는데 특히 LG그룹은 작년 인사를 할 때 6명의 부회장들이 계시는데, 부회장들이 60세가 다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바꾸거나 인사를 하지 않았어요. 작년 연말부터 이러한 사항을 예측하고 준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요. 구광모 상무가 본격적 회장이라든지 그룹의 리더가 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전문경영인들이 보좌하면서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도 멘토 역할을 하며 조금 더 수업을 받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김혜민> 기업의 컨설턴트를 하는 대표님이시니까 LG,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한두 가지 팁을 주신다면요?

◆ 박주근> 전문가는 아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LG는 화학과 전자, 통신을 통해서 대부분 B2C 일반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제품군이나 사업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의 아주 오래된 기업들, 100년들 GE나 이런 곳을 보면 B2C보다는 B2B, 기업과 기업 간 거래를 많이 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합니다. LG도 최근 4~5년 움직임을 보면 자동차 전장 부품이라든지 조명, 전자 쪽에서도 기업과 기업 간 거래로 탈바꿈하고 있어서 4세대인 구광모 상무가 이끌 LG는 B2C보다 B2B, 기술 집약을 통한 B2B 그룹으로 역할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제 개인적 예상입니다.

◇ 김혜민> 그동안 애쓴 LG 구본무 회장님 다시 한 번 애도하고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오늘 함께해주신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 감사합니다.

◆ 박주근> 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