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 워킹맘, 엄마의 부재를 아이가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야

[생생인터뷰] 워킹맘, 엄마의 부재를 아이가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야

2018.07.17. 오후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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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워킹맘, 엄마의 부재를 아이가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야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PD
■ 대담 :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 김혜민PD(이하 김혜민)> 우리나라 경제를 생생하게 만드는 분들을 모시는 생생초대석입니다. 여러분 직장에는 워킹맘 동료가 몇 명이나 되세요? YTN 라디오 PD들은 절반 이상이 워킹맘이거든요. 아마 다른 회사도 꽤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워킹맘의 삶, 제가 해보고 있지만, 만만치 않습니다. 워킹맘이 행복해야 직장과 가정이 행복하고요. 직장과 가정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합니다. 워킹맘 도우미, 이수연 한국 워킹맘연구소장과 오늘 생생초대석 함께 할게요. 소장님, 안녕하세요?

◆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이하 이수연)>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전우를 만난다는 마음이 이런 걸까요?

◆ 이수연> 그럼요.

◇ 김혜민> 보기만 해도 무슨 얘기해줄지 알 것 같고요.

◆ 이수연> 우리는 눈빛만 봐도 알죠.

◇ 김혜민> 오늘 밤새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네, 우리 같은 워킹맘이 전국에 얼마나 됩니까?

◆ 이수연> 일단 굉장히 많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배우자가 있는 1,200만 가구 중 맞벌이 비율은요. 545만 가구가 있다고 추산되고요. 이것은 따지고 보면, 10쌍 중 한 4쌍이나 5쌍 정도는 맞벌이 가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혜민> 더 늘어날 거고요. 아마.

◆ 이수연> 앞으로 훨씬 더 많이 늘어나겠죠.

◇ 김혜민> 그렇죠. 그래서 워킹맘이 행복해야 직장과 가정이 행복하고, 그래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는 제 얘기가 결코 지나친 얘기가 아니에요.

◆ 이수연> 그럼요. 그래서 저희가 항상 외치는 슬로건이 워킹맘은 대한민국의 에너지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항상 하거든요. 우리 워킹맘이 행복해야 하니까요.

◇ 김혜민> 맞아요. 오늘 에너지 얻는 비법을 우리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장님과 함께 나눠볼 텐데요. 먼저 소장님, 워킹맘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정의를 내려주신다면요?

◆ 이수연> 일단은 많이 알고 계실 겁니다. 직장맘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하고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일하는 엄마를 저희가 통상적으로 워킹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김혜민> 그런데 워킹맘 하면, 사람들이 보는 게 고생한다, 아니면 생계가 어려워서 일을 하나, 혹은 육아가 싫어서 일을 하나, 이런 조금 지엽적인 생각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소장님은 워킹맘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라, 이런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시더라고요.

◆ 이수연> 네, 물론 주변에서 바라보는 편견도 있지만, 사실 워킹맘 스스로가 워낙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힘들잖아요. 그러다 보니 워킹맘 스스로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도 많이 하시고, 죄책감도 굉장히 많이 가지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행복지수가 굉장히 낮은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제가 많은 워킹맘 만나보면, 대단한 분들 많거든요. 지금 워킹맘이시지만, 내가 내일부터 워킹맘 될 거야, 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일단은 일도 있어야 하고, 아이도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요. 사실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이 두 가지가 누군가에게는 꿈의 모습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많은 워킹맘들 만나면, 지금 너무 힘들지만 사실 내가 워킹맘인 것에 대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너희는 하고 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조금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얘기를 많이 말씀드립니다. 사실 말하는 대로 된다고, 자꾸 힘들다, 힘들다 하면 더 힘들잖아요. 그런데 나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한다고 자부심을 가지면, 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많이 바뀌거든요.

◇ 김혜민> 물론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생계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소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나 스스로가 이런 자부심을 가지게끔 스스로를 생각한다면, 워킹맘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지지 않을까요?

◆ 이수연> 그럼요. 사실 뭐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우리 워킹맘들은 워낙 힘들다 보니까 그렇게 생각이 잘 안 돼요. 그러다 보니 남편 원망도 많이 하고요. 내가 너만 안 만났어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한테도 왜 너는 엄마를 힘들게 하니, 그리고 만약에 누군가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정말 흔히 독박육아라고 표현하잖아요. 그런 분들은 정말 왜 나는 이렇게 힘들게 살까, 하는 자괴감에 굉장히 많이 빠지세요. 그런 분들 스스로 나는 잘하고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길을 나는 가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시면, 훨씬 워킹맘의 생활이 풍성해지죠.

◇ 김혜민> 그래요. 소장님도 워킹맘이시죠?

◆ 이수연> 네, 지금도 워킹맘이고요.

◇ 김혜민> 그런데 소장님도 그런 자부심을 얻기까지 본인 스스로를 힘들게 하셨기 때문에 이제 워킹맘을 내가 도와줘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나선 거로 있습니다. 처음에 워킹맘 초반 생활일 때, 무엇이 가장 소장님을 힘들게 했습니까?

◆ 이수연> 일단은 제가 나오기까지 저는 흔히 말하는 경력단절 맘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저희같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단 나와야 해요. 일을 해야 하는데, 저도 회사를 운영하다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니까 사실 저는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이 보는 게 너무 힘들고, 우울증이 왔거든요. 저는 항상 우리 엄마들한테 말씀드린 게,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전국을 다니면서 일을 해도 저는 너무 행복한 게, 제가 전업주부 하면서 이게 저랑 너무 안 맞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저는 지금 워킹맘의 삶이 너무 감사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생활, 아이와 단독으로 있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굉장히 억눌림, 억울함, 미래에 대한 부담감, 이게 저는 굉장히 컸거든요.

◇ 김혜민> 그게 아이한테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잖아요.

◆ 이수연> 그럼요. 그러니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것이 결국 그거거든요. 엄마의 우울한 감정을 엄마가 100% 흡수합니다. 특히 딸 같은 경우에는 공감의 뇌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엄마의 표정부터 감정, 상태, 이 모든 것을 따라 하거든요. 저는 그런 것도 되게 두렵더라고요. 저는 제가 나와야지, 결심했던 게 저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 화를 내면서 아이를 때리고 있더라고요.

◇ 김혜민>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 이수연> 저는 아이가 죽던지, 내가 죽던지, 둘 중의 한 명이 죽겠구나 싶어서 뛰쳐나온 케이스이고요. 일하면서는 주변에 아무도 도와주는 분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지만, 저희는 남편이 완전 지원군이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주변에 없으면 너무 억울해하시지 마시고, 남편을 내 지원군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혜민> 남편들도 사실 몰라서 못 도와주는 경우도 많을 거예요. 그리고 남편들도 워킹맘이라는 개념 자체를 본인들의 엄마한테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경우가 많으니까요. 새로운 유형이잖아요. 교육을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시키면 됩니까?

◆ 이수연> 저희가 아빠 교육만 9년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우리 워킹맘들 제가 만나면, 워킹맘 분노 대상 1위가 남편이에요. 남편에 대한 분노를 굉장히 많이 쏟아내고 계시는데요. 저희가 정말 아빠들을 만나면, 또 그들의 이야기는 다르거든요.

◇ 김혜민> 그럼요.

◆ 이수연> 우리 아빠들도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좋은 아빠 되고 싶은, 좋은 남편 되고 싶은 이 마음은 다 있거든요. 그런데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일단 방법을 몰라요. 그런데 우리 여자들은 뭐라고 해요. 딱 보면 모르니? 이런 이야기 하잖아요.

◇ 김혜민> 남자들은 설명해줘도 모르던데요?

◆ 이수연> 그럼요. 뇌가 완전히 달라서 그렇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보통 남자의 언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정말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알아먹거든요. 일단 방법을 모르고, 그리고 해도 욕먹고,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뇌 자체가 굉장히 칭찬받고 싶어 해요. 그런데 우리는 칭찬할 게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해도 자꾸 비난하고, 그런 경우가 많다 보니 남자들이 하나 안 하나 욕먹는 건 똑같으니 안 하고 나는 욕먹겠다, 이런 아빠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해도 욕먹고, 남자들이 나는 안 한다고 꼽은 결정적인 이유가 아내들의 말투거든요. 말투요. 사실 우리 워킹맘들은 억울함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남편에게 이야기할 때 부드럽게 청유형으로 이것 좀 도와줄 수 있어? 이렇게 이야기하든가, 이것 좀 해주세요, 하고 이야기가 안 나오죠. 거의 명령, 이거 해, 이거 하라고, 이거 하라고 했잖아.

◇ 김혜민> 애는 나 혼자 키워?

◆ 이수연> 네가 그러고도 아빠니, 이런 이야기를 자꾸 하다 보니 남자들이 말투에 내가 기분이 나빠서 나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남편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몇 년 전 광고 카피 중 하나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하는 것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제가 굉장히 많은 맞벌이 가정을 제가 교육하면서 느꼈던 것은 정말 아내가 어떻게 지혜롭게 남자를 내 편으로 만드느냐가 워킹맘의 삶의 질을 굉장히 많이 좌우하더라고요. 우리 워킹맘들은 억울하고, 남편만 보면 화가 나겠지만, 조금 남편을 내 편, 진짜 내 지원군으로 만드는 지혜, 그런 것이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혜민> 맞습니다. 남편과의 관계가 워킹맘의 삶의 질을 바꿔놓는다고 말씀하신 그 부분을 굉장히 동의하고요. 그 이야기는 결국 워킹맘이 실제 힘들어하는 부분이 남편과의 문제인 거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말씀해주셨고요. 이건 가정에서 겪는 어려움인데요. 또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워킹맘이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이수연> 일단 직장에서 제일 힘든 게, 물론 지금 조직문화가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도 야근이라든가, 회식이라든가, 이게 자연스러운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잖아요. 그런 문화들이 굉장히 힘들고, 특히 육아휴직을 많이 권장한다고 하지만, 육아 휴직을 갔다 오면 내 자리가 이제 없다는 불안감, 그리고 승진에서 자꾸 밀린다는 억울함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니까 물론 이제 여성 인재 활용 때문에 많은 여성들을 우리가 채용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는 조직문화가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이다 보니, 우리 워킹맘들이 억울함이나 화남, 그런 것들을 굉장히 호소하고 있는 거죠.

◇ 김혜민> 제가 30대 후반이에요. 저도 6살 아이, 4살 아이를 키우고 있고, 1년의 육아 휴직을 다 보냈고요. 그래서 지금 복직을 해서 정말 전형적인 워킹맘의 삶을 살고 있는데요. 저는 저 스스로를 굉장히 행복한 워킹맘이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그중 가장 큰 건, 회사의 배려에요.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저희 회사 임직원들게 굉장히 감사드리고요. 그게 정말 선후배가 이해를 해주기 때문에 워킹맘들의 고충을 이해해주는 것처럼 위로가 되는 것이 없더라고요.

◆ 이수연> 그럼요.

◇ 김혜민> 다행히 제도가 발맞춰서 진화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기쁜데요. 우리 소장님은 어떠세요? 현 정부 들어서 이런 워라밸, 가정과 일이 양립할 수 있는 방안들이 세워지고 있잖아요. 어떻게 평가하세요?

◆ 이수연> 일단은 굉장히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현장에 있다 보면, 굉장히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사실 앞에서 회사 배려 덕분에 제가 이렇게 행복한 워킹맘이에요, 라고 말씀하신 게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거든요. 그러니까 조직문화, 기업에서 도움을 주지 않으면 아무리 능력 있는 인재라도 떠날 수밖에 없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시작 단계이다 보니, 아직도 보완해야 할 사안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기업도 기업 문화 나름대로 바뀌어야 하고요. 일하면서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나 기관이 아직 너무 많이 부족합니다. 그런 인프라도 갖춰져야 하고요.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하고요. 또 가정 내에서 남편들도 정말 교육이 안 되어 있거든요. 그런 교육도 의무화해서 부모 될 수 있는 준비를 시켜야 하는 것이고요. 이게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세 가지가 맞물려서 가야 이런 여성 인재뿐만 아니라,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 해봅니다.

◇ 김혜민> 맞습니다. 이 제도의 문제에 있어서 가장 관건은, 저는 보육 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를 어디에 맡길 것인가. 소장님은 몇 살 때, 몇 개월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처음 맡기셨어요?

◆ 이수연> 저는 양가가 다 지방에 있어서요. 제가 두 아이를 돌보면서, 저는 두 아들 다 8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에 맡겨서 지금까지 키웠어요. 그러니까 저희 아이는 가장 일찍 등원하고, 가장 늦게 하원 하는 아이들이었어요. 아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 중에 나도 그렇다,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다, 가슴 아파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저 정말 그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나보다 내 아이를 잘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고, 아이는 사실 부모의 믿음만큼 큰다고 하잖아요. 좋은 선생님 밑에서 잘 클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맡기시면, 정말 좋은 선생님 많거든요. 분명히 잘 클 거다, 그래서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 김혜민> 어린이집이 우리 집보다 깨끗하고요.

◆ 이수연> 더 잘 먹어요.

◇ 김혜민> 식단, 얼마나 영양분있 게 하는데요. 그런데 지금 우리 이야기 들으면서 불편해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실 거예요. 요즘 여자들, 저렇게 얘기하면 안 돼, 하고 얘기를 하는데요. 이게 다 전문화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대신 엄마가 아이를 만났을 때 충분히 사랑을 주고, 함께 성장하는 거니까요. 그런 부분을 엄마가 스스로 계발하면, 어린이집의 보육 시설에 맡기는 게 부정적인 게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 이수연> 네, 그럼요. 사실 골든타임이 있거든요. 아이와의 골든타임. 그게 엄마가 퇴근하고, 아이를 만났을 때 10분. 그 10분이 골든타임인데요. 그런데 우리는 사실 아이 만나면 너무 바쁘잖아요. 그때부터 저녁 준비해야 하고, 아이 빨리 씻기고, 이렇게 해야 하다 보니 바쁜데요. 딱 그때만 내가 다른 것은 미뤄두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스킨십을 해줄 수 있으면 아이가 엄마 나 좀 놀아줘, 나 좀 봐줘, 이렇게 안 하거든요. 그래서 아이의 정서적인 부분만 저희가 충분히 고려한다면, 누구에게 맡기든 간에 우리 아이 잘 자랄 것이라는 그런 믿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혜민> 우리나라 경제를 생생하게 만드는 분들을 모시는 생생초대석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가정의 거의 절반 정도가 워킹맘이 있는 가정입니다. 그래서 한국 경제에 이 워킹맘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래서 오늘 한국 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님과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도의 문제, 또 가정에서의 문제 살펴봤는데요. 저는 워킹맘 스스로 갖는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뭐가 제일 클까요?

◆ 이수연> 일단은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왠지 내가 다 해야 할 것 같고, 직장에서도 완벽하게 일을 잘해야 할 것 같고, 가정에서 엄마표 밥상을 해줘야 할 것 같고, 집안도 깨끗해야 할 것 같고, 우리 아이 누가 봐도 어머 너무 잘 키웠어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해보셔서 아시잖아요. 그게 정말 불가능하다는 거요.

◇ 김혜민> 욕심이죠.

◆ 이수연> 네, 슈퍼우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우리 워킹맘 스스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러지 않는 것은 다 아웃소싱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내려놓거나요.

◇ 김혜민> 반찬도 요즘 얼마나 잘 만들어주는 데가 많은데요.

◆ 이수연> 그럼요. 사실 저도 거의 사 먹거든요. 반찬이나 국은 거의 사 먹고요. 그런데 엄마들이 내가 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으면 사실 반찬가게도 안 보여요. 그런 욕심, 나는 이게 부족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요. 인정하고, 내려놓으면 반찬가게도 보이고, 그런 사이트도 보여요. 우리가 엄마표 밥상을 고집하는 게, MSG가 들어갔을까, 내가 이거라도 해줘야 엄마인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데 굳이 맛도 없는, 사실 내가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게 몇 개 안 돼요. 그러니까 애가 안 먹는 게 맛없어서 안 먹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또 서운하잖아요. 애 잡아요. 엄마가 이렇게 했는데, 너 왜 안 먹어?

◇ 김혜민> 얼마나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그런데 저도 안 먹어요.

◆ 이수연> 그래서 중요한 게 굳이 내가 하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맛있는 데를 뚫어서 사 먹고, 그 시간에 아이랑 충분히 스킨십하고 교감하는 게, 내 아이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고요. 청소도 엄마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청소는 가족이 다 함께 하는 거예요. 청소는 몰아서 주말에 하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정말 위로가 되면서 저 스스로 항상 하는 말이 너무 깨끗한 환경이 오히려 아이 면역력을 약하게 한다, 그래서 적당한 지저분함은 정말 필요하다.

◇ 김혜민> 그런 말만 왜 들릴까요? 쏙쏙 들어와요. 그런 뉴스들은요.

◆ 이수연> 위안이 되고요. 정말 그런 것도 같아요. 나를 스스로 너무 옭아매지 마신다면, 조금 더 워킹맘으로서 삶이 나아질 것 같아요. 실제 그렇기도 하고요.

◇ 김혜민> 말씀하신 것처럼 워킹맘은 어쨌건 돈을 벌잖아요. 그러니까 그 돈을 내가 아이와 잘 지낼 수 있는데 투자한다면, 저는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반찬가게도 이용하고, 또 어느 때는 청소 도와주시는 분들도 모시고요. 왜 그 시간 동안 아이와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말씀하신 것은 욕심을 버려라, 저는 또 하나는 죄책감인 것 같아요.

◆ 이수연> 네, 맞습니다.

◇ 김혜민> 내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려고 이러는 건 아닌데, 아이는 행복해하지 않는 것 같고,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일하지? 너무 미안하다는 죄책감,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 이수연> 맞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도 특히 아이가 아플 때 죄책감은 배가 되잖아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아픈 애를 두고 출근할까, 이게 뭘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죄책감도 역시 마찬가지예요. 내가 다 잘하려고,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죄책감을 가지게 하거든요. 그런데 정말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건 진리 중 진리이기 때문에요.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나는 스스로 좋은 엄마다,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 워킹맘들, 제가 정말 많이 만나는데요.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잖아요. 수고했다, 너는 지금도 잘하고 있어, 괜찮아, 지금도 충분해. 우리 이런 말 되게 듣고 싶잖아요. 그런데 누가 해줍니까?

◇ 김혜민> 제가 하죠.

◆ 이수연> 그렇죠. 맞습니다. 이렇게 죄책감 없이 행복한 워킹맘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공통점이 이거에요. 스스로 해준다는 거. 스스로 괜찮아, 너는 지금도 충분해, 지금도 잘하고 있다, 수고했다, 애썼다. 나 스스로 그렇게 말씀하는 워킹맘이 계신다면, 죄책감도 나 왜 이렇게 이것밖에 못 하지라는 자괴감도 훨씬 낮춰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꼭 그렇게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제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제가 워킹맘이다 보니까요. 저는 저 스스로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해요. 내가 꼭 돈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저 스스로 일을 하는 정체성을 말을 많이 해주고요. 아이들한테도 엄마가 꼭 돈 때문에 일하는 건 아니야,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아이가 엄마가 돈 벌려고 나를 이렇게 두고 가나,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서요. 저는 아이가 아주 더 어렸을 때에도 엄마도 엄마의 일이 있어, 엄마의 사명이 있어, 그래서 엄마는 오늘 가서 일하는 거야, 라고 얘기를 해줬거든요. 저 잘하고 있는 거죠?

◆ 이수연> 너무 잘하고 계시는 거고요. 그런데 이제 너무 많은 워킹맘들이 그렇게 생각하시고 말씀하시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잖아요. 많은 워킹맘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계형이 거의 대부분이다 보니까 아이한테 늘 미안함이 굉장히 크죠. 스스로 행복한 워킹맘이야, 나는 일하는 게 너무 좋아, 라고 하시는 분들은 사실 아이한테 쓰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다르거든요. 보통 우리가 아이한테 미안함을 많이 가지고 계신 분들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늦어서 미안해, 엄마가 옆에 없어서 미안해. 이렇게 미안해라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엄마가 아이한테 미안해,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면요. 아이는 엄마가 나한테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엄마가 일하는 게 죄가 아니라, 우리 가족을 위한 건데도 엄마 지금 일하니까 나한테 잘못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아이가 보상을 바라거든요. 엄마 일해? 나 이거 사줘, 엄마 일했지? 엄마 늦게 왔지, 나 이거 해줘.

◇ 김혜민> 보상을 바라는 거군요.

◆ 이수연> 자꾸 그렇게 가다 보면, 엄마도 힘들어지고 아이는 그게 당연한 권리인 줄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스스로 나는 생계형이 아니라 진짜 자아실현, 나의 꿈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아이한테 똑같은 상황이어도 미안해가 아니라 고마워하고 표현하십니다. 엄마가 늦었지만, 기다려줘서 고마워, 엄마 이렇게 해줘서 고마워, 라고 자꾸 표현하다 보면 아이는 엄마의 부재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지금 너무 잘하고 계신 게, 그런 아이가 엄마의 부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도와주고, 내가 엄마를 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드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메시지가 아이가 긍정적으로 엄마를 바라보게 하는 데 굉장히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많은 워킹맘들도, 물론 쉽지는 않지만, 아이한테 미안해 대신 고마워하시는 거 중요한 것 같고요. 내가 물론 돈 때문에 일하는 부분도 있지만, 나의 꿈을 위해서 또 엄마의 길을 아이가 그대로 따라오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아이의 길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쉽지는 않지만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조금 파이팅하시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 김혜민> 오늘 워킹맘에 대한 이야기 나눴는데요. 마지막으로 워킹맘 주변에 있는 분들, 주변에 있는 분들이 워킹맘에게 어떻게 배려해주고, 어떻게 대해주시면 좋을지, 팁을 조금 주세요.

◆ 이수연> 네, 일단은 가장 크게 주변인들이라고 하면, 일단 남편이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러니까 남편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함께한다는 생각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고요. 또 우리 워킹맘 주변의 아이를 돌보는 조부모. 많은 워킹맘들이 스트레스 느끼는 부분이 남편이 늦게 오면 당연한 거고, 내가 늦게 오면 죄인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거든요. 그러니까 똑같이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말 한 마디라도 수고했다, 애썼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워킹맘 주변인이라고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전업주부 친구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항상 말씀드리는 게 영원한 워킹맘 없고, 영원한 전업주부 없거든요. 서로 도와가면서 정말 워킹맘한테는 전업주부 친구가 정말 필요한 지원군이고요. 우리 전업주부도 나중에 취업할 때 워킹맘이 굉장히 좋은 지원군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서로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생각으로, 왜 아이를 한 명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듯이, 우리 워킹맘이 아이 키우는 데는 주변인들의 도움이 굉장히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서로 잘하고 있다고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격려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혜민> 네, 오늘 이수연 한국 워킹맘연구소장과 함께 한 생생초대석. 제가 더 생생하게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워킹맘을 대표해서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장님, 고맙습니다.

◆ 이수연>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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