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의미 퇴색시킨 행정 무성의

광복절 의미 퇴색시킨 행정 무성의

2008.08.15. 오전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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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기념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졌는데요, 그런데 이 행사로 인해 오히려 짜증과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행사를 위해 교통을 통제하면서 버스 노선이 바뀐 사실을 전혀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권민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자정을 넘은 시각 숭례문 앞 버스 정류장.

후텁지근한 더위 속에서 시민들이 일산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버스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택시를 잡아 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짧게는 30분, 심지어 2시간까지 기다린 시민도 있습니다.

[인터뷰:조현상, 경기도 고양시 능곡동]
"버스를 기다리는데 지금 알았어요. 안 온다는 거. 갑자기 안 온다니까 좀 난감하네요."

알고 보니 광복절 행사 때문에 광화문 부근이 통제돼 버스가 우회하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정류장 어디에도 버스 노선이 임시로 바뀌었다는 안내는 찾아볼 수 없고, 다른 어떤 형태로도 사전 안내는 없었습니다.

[인터뷰:원종규,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
"여기다 시청에서 와서 뭘 붙이든가 기다리라든가 얘기를 해야 하는데 아무 표시도 없고 내가 지금 무작정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지금..."

해당 버스회사조차 바뀐 노선을 정확히 모르고 있습니다.

[녹취:A 버스회사]
"저도 한 5분 전에 들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우회를 경복궁인지 어디로 하는 것 같은데 확실한지는 모르겠는데요."

서울시청 안내전화는 내내 불통이고, 어렵게 연결된 당직실에서도 사태 파악이 안 돼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녹취:시청 당직 근무자]
"운수회사 쪽으로 공문 같은 거 다 가고 했는데 실질적으로 우회 노선을 비치했는지 안했는지 상황실에서는 알 수 있는 길이 없네요."

더위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시간만 낭비하고 짜증난 얼굴로 돌아서는 시민들.

조국 광복을 되새기자는 기념행사는 시민을 배려하지 않은 행정상의 무성의로 그 의미가 퇴색됐습니다.

YTN 권민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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