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재판' 압력 행사 사실로 드러나

'촛불재판' 압력 행사 사실로 드러나

2009.03.05. 오후 7:5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촛불 사건 '몰아주기' 배당 논란과 관련해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었던 신영철 대법관이 재판을 독촉했던 전자메일이 공개됐습니다.

담당 판사들에게 압력을 준 적은 없었다던 그 동안의 해명과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김도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사건을 맡은 단독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 가운데 공개된 것은 6건입니다.

'촛불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독촉하고 재판중 언행을 각별히 주의하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신 대법관은 지난해 8월 두번째 이메일에서 판사는 실속도 없이 가십거리나 제공해서 다른 판사가 담당하는 사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가 '촛불사건'에서 보석을 허가하자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이를 비판한 것을 의식해 주의를 준 것으로 풀이 됩니다.

10월에 보낸 이메일에서는 대법원장까지 거론하며 신속한 재판을 주문했습니다.

'소모적인 논쟁에 발을 들여놓지 않기 위해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는 대법원장의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재영 판사가 보석을 허가하면서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자 촛불 사건을 맡은 판사들이 판결을 헌재 결정 뒤로 미루자 그러지 말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20여 일 뒤, 신 대법관은 다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부담되는 사건은 후임자에게 넘겨주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미덕'이라며 '적당한 절차에 따라 통상적으로 처리하자'고 다시 주문했습니다.

또, 이것은 대법원과 헌재를 포함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 대법관은 그 뒤로도 두 차례 더 이메일을 보내 '피고인이 법률의 위헌 여부를 다투지 않는다면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려달라'며 신속한 판결을 당부했습니다.

신 대법관은 당시 법원장으로서 형사 단독 판사들의 근무 평정을 매기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런 당부가 판사들에게는 압력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는게 법조계 주변의 해석입니다.

대법원 관계자도 이메일 때문에 판사들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법관은 법률과 양심만 따라 재판하게 돼있다'란 정의를 되새겨온 사법부는 이번 파동으로 신뢰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YTN 김도원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