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망연자실 "살아 돌아오길 기다렸는데..."

유가족 망연자실 "살아 돌아오길 기다렸는데..."

2009.06.16. 오전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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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예멘에서 실종된 엄영선 씨가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에 유가족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하루종일 집안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말을 아꼈습니다.

양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엄 씨 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어둠 속에 고요하기만 합니다.

집안의 전등을 모두 끈 채 인기척도 내지 않았습니다.

엄 씨의 피랍 소식에도 방송을 지켜보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 전화로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를 전해 들은 터라 충격은 더 컸습니다.

[인터뷰: 아버지]
"말할 기분이 아니시라고요?"
"네."

엄 씨의 사망 소식에 유가족은 충격에 빠진 채 하루종일 문을 굳게 걸어 잠갔습니다.

가족들은 시신이 엄 씨 것이 맞는지 정부의 최종 확인을 기다리면서 현지 방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웃과의 접촉은 꺼렸습니다.

[인터뷰:아파트 관계자]
"아침 한 9시엔가 방문을 했답니다. 그러니까 문만 조금 여시더니만 그냥 문을 닫으시더라고요."

이웃 주민들도 선한 인상에 일요일이면 성경책을 손에 들고 교회를 가던 엄 씨가 피살됐다는 보도가 믿겨지지 않습니다.

[인터뷰:이웃 주민]
"인상 좋아요, 인상 좋아. 오래 살다 보니까 인사할 정도인 것이지."

엄 씨는 국제봉사단체를 통해 지난해 10월 예멘에 입국해 한국인 의료지원단원들의 자녀를 가르쳐 왔습니다.

'나는 순례자, 여행하는 영혼'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예맨에서의 생활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1월 마지막으로 작성한 글에는 한달에 한두 차례 외국인 납치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종종 수도인 사나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신의 가호를 빈다고 적었습니다.

오는 8월 말 귀국했다가 올해 말에는 터키로 갈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결국 계획을 이루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YTN 양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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