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 엉터리 골프장 환경영향평가

[현장24] 엉터리 골프장 환경영향평가

2009.10.15. 오전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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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강원도의 한 산골 마을에 골프장이 조성되면서 각종 희귀 식물과 천연기념물 서식지가 모두 사라질 처지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골프장 부지를 대상으로 실시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런 동식물들이 모두 누락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7홀짜리 골프장이 조성될 강원도 홍천군의 한 산골 마을.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 보존이 비교적 잘 돼 있는 마을입니다.

이 곳을 골프장으로 개발하려는 업체가 의뢰해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

특산종이나 희귀종은 물론 보호수, 천연기념물이 발견되지 않아 골프장 건설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돼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

산기슭을 따라 조금 오르자 임도 한편에 전국적으로 소수 개체만 남아 있다는 삵의 배설물이 발견됩니다.

멸종 위기종인 담비 것으로 추정되는 배설물도 시냇가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반종표, 지역 주민]
"예전에는 2006년도 숲을 다 파괴하기 전에는 아주 주민들도 오게 되면은 하늘다람쥐나 이런 것들을 손쉽게 확인했던 지역입니다."

숲 안쪽에서는 세 개의 줄기에 아홉 개의 잎이 나오는 희귀종, 삼지구엽초가 활짝 피었습니다.

산길을 따라 쉽게 눈에 띄는 것도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쥐방울 덩굴입니다.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인 식물도 있습니다.

산비탈이나 숲 그늘마다 멸종위기종 자생식물인 산작약이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습니다.

천 쪽에 이르는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기록조차 없는 동식물들의 흔적이 무더기로 나온 것입니다.

[인터뷰:이승현, 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
"이런 삼지구엽초와 같이 매우 흔한 희귀종 식물도 없는 것으로 정리가 됐고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는 산작약와 같이 멸종위기종들도 또 다시 없는 것으로 작성이 되었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라고 생각합니다."

골프장 업체는 지난해 사전환경성 검토 당시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를 빠뜨려 주민들이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부실 조사 논란이 이어지자 업체 측은 누락된 동식물 자생지를 재조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입니다.

[인터뷰:골프장 개발 업체 관계자]
"고의적인 누락은 아니니까 누락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그건 실수, 누락인데, 누락이 됐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 어떤 식물이나 동물이나 나오면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산을 깎고 숲을 없애는 만큼 무엇보다 철저한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한 골프장 건설 사업.

하지만 엉터리 조사로 인해 주민 반발은 물론 희귀 동식물까지 숲과 함께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YTN 지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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