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순천만에서 배운다

생태보전, 순천만에서 배운다

2009.12.06. 오후 1:0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새들의 서식지가 점점 위협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희귀새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지역이 있습니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꼽히는 전남 순천만이 그 곳입니다.

흑두루미를 비롯한 겨울철새들의 낙원으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임장혁 기자가 순천만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 무리의 큰 새들이 갯벌을 차고 날아올라 뭍으로 향합니다.

전세계에 만 마리도 안 남았다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입니다.

인간의 움직임에 극히 예민해 살 곳을 고르는데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인터뷰:이신우, 한국 조류학회장]
"인간의 간섭에 매우 민감한 새입니다. 안심하고 잠자거나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면 아예 가질 않습니다."

순천만에 머물다 이맘때면 많은 수가 일본으로 날아가 겨울을 나곤 했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대부분 순천만에 눌러앉았습니다.

그래서 순천만 흑두루미 수는 350마리, 작년보다 무려 100마리가 늘었습니다.

흑두루미 뿐이 아닙니다.

역시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도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고, 청둥오리와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는 두배가 많아졌습니다.

뭔가 신이 난듯 뛰어가는 고라니 모습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귀한 손님들이 갑자기 늘어나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의 관심과 노력입니다.

올봄, 순천시가 먼저 나서, 주변에 있던 전봇대 230여 개를 죄다 뽑아 새들을 위협하던 전깃줄을 걷어냈습니다.

습지 옆에 즐비하던 음식점들과 통신사 기지국, 대형 송신탑도 새들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요즘은 매일 400km의 먹이도 미리 뿌려놓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새들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흑두루미가 사는 논에서 거둔 쌀은 친환경쌀로 소문나면서 비싼 값을 받게 됐고, 농민들은 새 지킴이와 먹이주기 활동에 고용돼 농한기 부수입을 올립니다.

무엇보다 관광수입이 급증해 순천만 보존관리에 들어가는 연 20억 원의 돈이 아깝지 않게 됐습니다.

지역민들의 노력에 자치단체의 지원이 결합된 생태 보전의 성공사례로 해외에서도 순천을 주목합니다.

[인터뷰:듀크 하버, 국제 원예생산자 협회장]
"순천만은 자연 그 자체입니다. 매우 아름답습니다. 순천만이 더 아름다워지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Sunchoen Bay is nature, that is very beautiful. We hope to make contribution by making Suncheon Bay little more beautiful.)

[인터뷰:황선미, 순천만 환경보전 활동가]
"환경 운동의 목소리와 행정력이 시너지 효과를 낸 사례가 아닌가..."

자연 보존을 돈 안되고 불편한 일로만 여기는 다른 자치단체들에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순천만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