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8585] 대기업은 산재 책임도 내맘대로?

[YTN 8585] 대기업은 산재 책임도 내맘대로?

2010.08.09.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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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현실은 아직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산재 사망사고를 낸 굴지의 건설사가 힘 없는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를 사실상 묵인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상순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6일, 현대건설이 분양 중인 수원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공사 도중 인부 1명이 13m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바로 다음날, 이 아파트의 시행사에 현대건설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인터뷰:시행사 직원]
"시간이 촉박하니까 빨리 변경해달라. 그리고 모든 것은 자기들이 알아서 처리하겠다."

원청업체인 현대건설을 삭제하고 시행사와 하청업체를 원청과 하청업체로 하는 허위 도급계약서를 새로 만들어 노동부에 제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건 현대건설 임원은 사고 현장에 노동부 담당자가 와 있다며 계약서에 빨리 도장을 찍으라고 채근하기까지 합니다.

[녹취:현대건설 임원]
"아휴, 빨리 갖다주라고 해 지금. 노동부에서 와서 기다렸는데..."

[녹취:시행사 직원]
"그래요? 저희 직원 대기하고 있습니다."

[녹취:현대건설 임원]
"아니, 주라고 해요, 서류를 찍어서...얼른."

산재 사망사고로 처벌을 받거나 재해율이 높아지면 추후 대규모 관급공사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대형건설사들이 공공연히 벌이는 일입니다.

그러나 두 달 뒤, 현대건설은 도급계약서를 원래대로 또 바꿔치기 합니다.

[녹취:시행사 대표]
"현대가 언제쯤...이렇게 다시 또 원상태로 하자고 하던가요?

[녹취:노동부 근로감독관]
"1월 말, 2월 초나 뭐 이래 된 것 같은데..."

수익 배분 문제로 사이가 벌어진 시행사가 이 무렵 신문광고까지 내면서 현대건설을 압박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계약서 바꿔치기는 이 사건과 관련한 법원의 가처분 신청 결정 과정에서도 그대로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사고 조사를 했던 당시 노동부 수원지청은 관련자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만 입건했습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서 약자를 보호해야 할 주무부처가 대기업의 사업 편의부터 봐 준 셈입니다.

이런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관행이 계속되는 한 OECD 국가 가운데 산재 사망 비율이 최고라는 불명예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YTN 이상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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