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외출'...'흐느끼는 치에짱'

'즐거운 외출'...'흐느끼는 치에짱'

2010.08.15. 오전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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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일제 강점기, 일본 군인들이 이른바 위안소를 찾아가던 상황을 기록한 한 일본 병사의 일기장이 70년만에 공개됐습니다.

당시 일본군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끔찍한 일을 당해야 했던 조선 여성의 모습도 묘사돼 있습니다.

임장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938년, 중국에 주둔하던 일본 육군 6사단 13연대의 다나카 분대장은 위안소에 가던 날을 일기장에 '즐거운 외출'로 기록했습니다.

'3월 13일, 즐거운 외출하는 날이다. 이시카와와 구로와타 나는 위안소에 갔다. 일본, 조선, 중국을 정벌해 귀대했다.'

위안소에 한 번 갈 때마다 여성 3명을 상대했고, 이들에게 행한 일을 '정벌'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본군의 강압에 눌려 끔찍한 일을 겪어야만 했던 조선 여성의 가녀린 슬픔과 고통도 고스란히 적혀 있습니다.

'7호실의 치에코를 찾아갔다. 몸싸움은 있었지만 결국 일을 마치고 무사히 귀대했다. 치에짱은 울고 너무 불쌍했다.'

70년 전 일기장을 한국에 들고 온 사람은 바로 일기를 쓴 일본 군인의 아들, 다나카 노부유키 씨.

오랜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세상을 뜨기 전 일기를 건넸고, 아들은 일본의 어두운 과거를 낱낱이 밝히는 것이 아버지를 대신한 속죄라며 이를 공개했습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활동에 주력해온 다나카 씨는 일본인들의 천안 독립기념관 역사 연수를 주도하면서, 올해는 직접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한 강연도 맡았습니다.

[인터뷰:다나카 노부유키, 일본 시민운동가]
"일본의 시민사회가 제대로 역사인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어두운 과거를 기꺼이 대신 짊어진 아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일본 정부와 전후세대가 눈여겨봐야 할 모습입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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