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합숙까지'...다단계 덫에 걸린 대학생

'강제 합숙까지'...다단계 덫에 걸린 대학생

2011.07.21. 오후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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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20대 초중반 나이의 대학생들을 집단으로 합숙시키며 다단계 영업을 강요한 업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런 업체가 수십 곳은 더 있을 것으로 보여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김평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구에 사는 대학생 윤 모 씨는 얼마 전 대형 리조트의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친구의 말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데려간 곳은 리조트가 아니라 수십 명이 함께 먹고 자며 다단계 판매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인터뷰:윤 모 씨, 피해자]
"휴대전화를 뺏고 매니저라는 사람을 붙여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요. 제가 문자를 하면 다 문자내용도 확인하고..."

37살 조 모 씨 등 다단계 업체 대표 2명은 등록금 등 목돈이 필요한 대학생들에게 한 달에 천만 원까지 벌 수 있다며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생들을 판매원으로 가입시키며 물건값 수백만 원을 받아 챙겼고 돈이 없으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도록 유도했습니다.

쉽게 도망치치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뺏고 2∼3명씩 함께 다니며 감시하게 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을 데려와 판매원으로 가입시키고 물건을 사게 하면 그 돈의 일부를 줬습니다.

수백만 원의 빚을 지게 된 피해자들은 돈을 되찾기 위해 다른 친구를 판매원으로 데려와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대학생들을 착취하는 다단계 업체는 서울 송파구 일대에만 수십 곳에 이르고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대학생들은 5천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황운하, 송파경찰서장]
"등록금도 부담되고 용돈도 벌어야 하고...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다단계 업체를) 여전히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적발된 업체가 대표자 명의를 바꾸는 수법 등으로 불법 영업을 계속한다는 겁니다.

적발된 업체는 이곳으로 사무실을 옮겨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고 대학생 판매원들 역시 이곳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인터뷰:인근 아파트 경비원]
"야간에 우리 아파트 들어와서 여럿이 담배 피우고 나가고 주민들이 밤에 나가다 보면 놀라고 그러죠."

경찰은 조 씨 등 2명에 대해 무등록 다단계영업을 하며 판매를 강요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YTN 김평정[py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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