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인터뷰] 고문 피해자들 심리상담 해 온 정혜신 박사 [YTN FM]

[별별인터뷰] 고문 피해자들 심리상담 해 온 정혜신 박사 [YTN FM]

2012.01.03. 오후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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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인터뷰] 고문 피해자들 심리상담 해 온 정혜신 박사

[YTN FM 94.5 '출발 새아침'] (오전 07:00~09:00)

강지원 앵커(이하 앵커) :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발인이 오늘입니다. 그의 삶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추모하고 있는데요. 특별히 김근태 씨가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받은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서 더 안타깝습니다. 과거 공권력에 의해서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고문 피해자들의 심리상담을 해온 분이십니다. 바로 정혜신 박산데요. 오늘 별별 인터뷰에서 연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정혜신 박사 (이하 정혜신) : 네 안녕하세요?

앵커 : 일단 와락이라는 단체가 있다면서요?

정혜신 : 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심리치료를 위한 공간입니다. 해고자들뿐만 아니라 아내들, 그 아이들이 현재까지 미친 심리적인 내상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세워졌죠.

앵커 : 지금도 상담을 계속하고 있나요?

정혜신 : 네, 그렇습니다.

앵커 : 네 와락이라고 하는 게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나요? 고문 후유증 환자들이 기금을 마련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정혜신 : 예, “진실의 힘”이라고 하는 국가 공권력에 의해서 고문을 받으신 재단이 있는데 그 분들이 본인들의 고문 후유증 치료를 위해서 저와 같이 한 4년 전부터 저랑 상담을 시작했는데요. 그 중간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이 국가로부터 받으신 보상금의 일부를 적지 않은 돈을 떼어서 재단을 만들었고요. 그 재단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하고 계세요. 그래서 그 일환으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2년 전에 파업을 하면서 공권력에 많은 피해를 받았고 지금도 어렵고요. 그간에 거의 20여 명이 자살이나 돌연사를 했고요. 그래서 그 분들의 심리치료를 하는 과정, 와락을 만드는데, 30년 전 고문 피해자 분들이 2천만 원의 종자돈을 내셨어요. 그래서 그걸 기반으로 해서 많은 사람이 호응해서 기부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와락이 형성이 됐죠.

앵커 : 그렇군요. 쌍용차 해직자들을 위한 상담을 지금도 계속 하시나요?

정혜신 : 네, 작년 3월부터 시작했는데요.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해고 노동자들 2,500명 정도가 있는데요. 아직까지 갈 길이 멀죠.

앵커 : 복직하신 분들도 있지 않습니까?

정혜신 : 단 한명도 없죠.

앵커 : 복직하게 돼있죠?

정혜신 : 회사가 2년 전에 복직을 약속한 무급 휴직자들이 있거든요. 그 분 중에 1년 후에 복직을 해주겠다고 해서 무급으로 휴직 상태에 있고 다른 회사에 취직도 못하는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은데, 그 분들도 단 한명도 복직이 안됐습니다.

앵커 : 네, 그렇군요. 김근태 전 의원이 생전에 정혜신 박사님 활동에 굉장히 고마워했다면서요?

정혜신 : 본인이 고문 피해자이시잖아요. 모진 고문을 받은 고문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상담이 남의 일이 아니잖아요. 개인적으로 몇 번 뵈었는데 그때마다 상담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시면서 많이 눈물 흘리고 그러셨죠. 본인의 얘기니까요.

앵커 : 이렇게 고문을 받는다든가 하면 굉장한 상처를 받죠?

정혜신 : 네, 그렇죠. 정신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고통 받는 사람을 아주 많이 봤을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고문 피해라는 것, 고문당한 경험이라는 것은 지옥을 경험한 것과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앵커 : 트라우마가 그렇게 큰 가요?

정혜신 : 예 당연히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데요. 30년 전에 안기부 지하실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수십일 동안 불법 감금한 상태에서 물고문, 폭력, 성고문, 전기고문 이런 거 당하신 분이 많거든요. 그분들 상태는 어떠냐하면요. 30년 전 대공분실에 그대로 가 계세요. 그 경험에서 한 발자국도 한 시간도 삶의 진도가 나가있지 못해요. 여전히 그 상태에 머물러서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고 여전히 공포에 휩싸여 있고 여전히 그 악몽을 꾸고 그 분노에서 여전히, 본인을 이기지 못해서 주위 가까운 사람에게 어떤 것을 하게 되고 그래서 주위로부터 고립되고, 30년 전 그 생활에 마치 레코드판 튀듯이 그 자리에 그 시간 그 현장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이후에도 계속 고문이죠.

앵커 :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도와드려야, 어떻게 심리 치료를 하나요?

정혜신 : 보통 심리상담을 한다는 건 그분들이 그 끔찍한 경험으로 벗어나기 위해 기억을 잊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서 애를 쓰시거든요. 딴 데 집중하려고 한다거나 몸을 학대하면서 그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막아보려고 하시거나 너무 공포스러우니까요. 그렇게 하시는데 그럴수록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게 돼요, 사람의 마음의 법칙이라는 것은요. 그래서 상담 현장에서 말을 통해서 지만 고문의 현장으로 저랑 같이 가는 거예요. 그래서 고문의 현장에서 그 느낌, 그 감정, 그 공포, 그 두려움의 시선을 제가 같이 보호하는 가운데서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드러내려고 하는 거지요. 환부를 드러내야 치료가 됩니다.

앵커 : 네, 그 당시의 그 고통을 다시 드러내면 그분들께서 호전이 되나요?

정혜신 : 드러내는 것 자체가 너무 끔찍해서 도망가려고 하시지요. 그러니까 도망가려고 하는데, 도망가면 오히려 더 잡히는 꼴이 되니까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 기억으로 다시 같이 가는 거지요. 그래서 그것을 끊임없이 끄집어내는 과정을 통해서 결국은 그 경험이나 그때 감정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져요. 굉장히 역설적인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지요. 아프지만 어떤 환부가 몸 속 깊은 곳에 있을 때 아프지만 생살을 째고 들어가서 환부를 도려내면 계속 놔두면서 위에다 찜질하고 빨간 약 발라주는 것 보다 훨씬 더 치료가 되잖아요. 그것과 같습니다.

앵커 : 그렇게 해서 호전되신 사례가 혹시 있으면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혜신 : 좋아지세요. 치료한 만큼 그만큼 좋아지세요. 그래서 제가 80년대 고문피해자들 상담을 한 게 지금부터 5년 전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고문 피해자들 상담을 해 왔는데요. 그분들이 좋아지셨기 때문에 그분들이 좋아진 경험을 바탕으로 “감옥에 있었던 동지들이 있다. 그 사람들 지금 다 고립돼서 다 비천하게 살고 있다. 이 사람들 끌어내서 치료해 줘야 된다” 하면서 만든 재단이 “진실의 힘” 재단이고요. 예전에는 가족들이 함께 잡혀가서 고문을 당하신 분들이 많으셨죠. 상담을 받으면서 좋아지신 분들이 본인의 누나를 데려오기도 하고, 누나가 상담을 받으면서 자기 동생을 데려오기도 하고, 그리고 고문 피해자들이 좋아지시면서 눈을 돌려보니까 내 아이도 30년 동안 빨갱이 자식으로 사회에서 낙인찍히고 어린 시절부터 아주 모진 고통 속에 살았다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자녀들도 상담을 하기 시작하고 그랬죠. 그래서 지금 5년 동안 상담이 이어지고 있죠. 마음의 병도 그 끔찍한 지옥의 경험도 치료할수록 좋아져요. 좋아진 분들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지금 활동하고 계시죠.

앵커 : 고문 피해자 당사자들의 고통은 이해가 되겠는데요. 가족들이나 주변에 있는 분도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습니까?

정혜신 : 배우자나 부모나 자식이 고문을 당했다는 것은 그 자신에게도 트라우마입니다. 내 자식이 어디 끌려가서 고문을 당했다, 내 아내가, 부모가 고문을 당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기 때문에 정신의학에서는 그 가족까지도 외상 스트레스 증후군 범주에 넣죠. 예를 들어서 내 아이가 납치가 돼서 끔찍하게 죽었다, 죽은 당사자도 말할 수 없이 끔찍한 트라우마의 당사자지만 그 사실을 옆에서 접한 부모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잖아요. 그것도 트라우마의 피해자죠, 이론적으로만 그런 게 아니고요. 고문 피해자분들, 가족들 상담도 그동안 많이 해왔기 때문에 잘 아는데, 우리나라 사회에서 30년 전에 남편이, 아버지가 국가 공권력에 의해서 하루아침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고 빨갱이로 살아간다는 것은 문둥병보다 더 모진 세월을 살아온 거죠. 한 예를 들면 아빠가 안기부에 끌려갔을 때 고등학교 2학년이던 자녀, 지금은 성인이지만 그분이 상담 중에 어떤 얘기를 하냐면 아버지가 그렇게 돼서 신문에 빨갱이라고 이런 것들이 막 나고 그러면서, 담임선생님께 교무실에 불려가서 수십 대씩 뺨을 맞고 그러고요.

앵커 : 애를 왜 그래요?

정혜신 : “자퇴해라. 너 같은 애를 우리 학교에 둘 수 없다.” 자퇴해라 하는데 자퇴하면 정말 죽을 것 같더라는 거죠. 사회에서 완전히 밀려날 것 같은, 어린아이지만 본능적인 그런 느낌이 있었다는 거죠. 학교에서도 쫓겨나면 갈 데가 없다는 느낌, 그래도 그것을 부모에게 얘기 안하고 매번 수십일을 그렇게 맞으면서 견뎠다는 거죠. 이런 것들은 고문에 준하는 고통이죠, 어린아이들은.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죠.

앵커 : 새해를 맞아서 이분들을 위한 상담학교를 세우신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계획이신가요?

정혜신 : “진실의 힘”에서 시작하는 가칭 “정혜신상담학교”인데요. 그 상담학교의 학생이 고문 피해자 당사자 분들이세요. 지금까지 본인들이 상담을 받으셨던 분들이, 쌍용차 해고자들 그 고통에 현장에도 가보시고 그 사람들의 얘기도 듣고 그러면서 본인의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니까, 주변의 고통들에 대해서 공감이 되고 마음이 아프고, 이분들은 인간의 상처에 굉장히 예민하신 분들이거든요. 이분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을 깊이 하시면서 그분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겼어요. 그분들이 이제는 피해자가 아니라 치유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도와드릴 수 있는 그런 입장에서, 제가 그분들에게 상담을 가르쳐 드리는 그런 거죠. 상담의 핵심, 본질, 그리고 그분들의 삶의 어떤 부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치유적인 어떤 임팩트를 받을 수 있는 지를 잘 인지하실 수 있도록, 그분들이 잘 심리적으로 잘 소화하실 수 있도록 가르쳐드리는 과정으로 상담학교가 시작이 됩니다.

앵커 : 마지막으로 우리가 왜 이런 분들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을 해 주실런지요?

정혜신 : 인간에 대한 예의니까요.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고통을 겪게 되는데, 상상하지도 못한 고통을 너무나 억울하게 부당하게 당한 사람이 있을 때 관심을 갖고 보듬어주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정혜신 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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