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희태 국회의장 불구속 기소

검찰, 박희태 국회의장 불구속 기소

2012.02.21. 오후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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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옛 한나라당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오늘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회의장인 박희태 의장을 사법 처리하기로 했지만,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황보연 기자!

먼저, 검찰 발표 내용 부터 정리해 주시죠.

[중계 리포트]

검찰이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때 돈 봉투를 돌린 혐의로 박희태 국회의장을 사법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재정을 담당한 조정만 국회의장 수석비서관도 함께 재판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박 의장은 고승덕 의원실 등에 돈 봉투를 돌리는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박 의장이 직접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한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박 의장 캠프 안에서 돈 봉투 전달을 위한 작업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고, 돈의 출처도 박 의장에게서 나온 점을 고려해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효재 전 수석은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한 혐의가 드러났고, 조정만 수석비서관은 자금을 현금화하는 등 금품 전달하는 실무 전반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미 구속기소된 안병용 씨를 포함하면 이번 수사로 사법처리 처리된 인사는 모두 4명입니다.

[질문]

그러면 이번 사건을 취재한 권민석 기자와 함께 좀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옛 한나라당 돈 봉투 수사가 40여 일동안 이뤄졌는데 어떻게 진행돼 왔습니까?

[답변]

이번 수사는 지난 달 초 고승덕 의원의 폭로에서 시작됐습니다.

고 의원이 2008년 당 대표 전당대회 때 3백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것입니다.

논란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파 만파 확산됐고, 여당은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검찰 수사도 폭로의 당사자인 고승덕 의원부터 소환하며 빠르게 진행됐는데, 의외로 수사는 원외에서부터 풀렸습니다.

수사 착수 일주일만에 새누리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인 안병용 씨가 검찰에 구속된 것입니다.

박희태 후보 캠프가 있던 빌딩에 비밀 사무실을 차리고, 당협 간부들에게 뿌리라며 구 의원들에게 현금 2천만 원을 전달한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건의 발단이 된 고승덕 의원실 '돈 봉투' 의혹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의원실 관계자들이 하나 같이 입을 닫으면서 추가 증거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인데요.

지난 달 19일에는 국회 의장실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했습니다.

지지 부진하던 수사는 이달 초 박 의장 전의 전 비서인 고명진 씨가 김효재 전 수석의 개입을 암시하는 양심 선언을 하면서 급진전됐습니다.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던 김 전 수석이 고씨의 폭로 이후 결국 사의를 표명했고, 검찰에 불려 나왔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지난 주말 의장직을 사퇴한 박 의장을 방문 조사하며 사실상 이번 수사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질문]

검찰이 박희태 의장을 현직 국회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사법처리 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 인가요?

[답변]

정당법 50조로,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고승덕 의원실에 3백만 원을 전달하도록 지시하고, 구속기소된 안병용 씨가 당협 간부들에게 2천만 원을 뿌리려고 하는데 개입한 혐의입니다.

검찰은 박 의장이 캠프 차원에서 돈 봉투를 돌린다는 사실을 알고 묵인한 뒤, 사후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현직 국회의장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법 처리가 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정당법 50조를 통해 정치인이 사법처리된 것도 전례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이번 수사 과정에서 김효재 전 수석도 옷을 벗었고, 박희태 의장도 역대 4번 째로 임기 중에 사퇴했지요?

[답변]

이번 수사로 박희태 국회의장은 임기 불과 석달 정도 남기고 의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사퇴는 전당대회 때 비서였던 고명진 씨가 검찰에 윗선의 개입에 대해 진술하고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때문에 박 의장은 이승만, 이기붕, 박준규 등 전직 의장에 이어 역새 4번째로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지 못하게 됐습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현직 의장이 비리 사건과 연루돼 불명예 퇴진하게 됐습니다.

또, 이번 정권의 실세로 꼽혀온 김효재 전 정무수석도 박희태 의장 사퇴 다음 날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질문]

검찰이 박희태 의장이나 김효재 전 수석의 개입을 어느 정도 확인하고도 불구속 처리한 이유가 뭔가요?

[답변]

먼저 박 의장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박 의장은 지난 19일 방문 조사에서 "캠프에 운영비를 준 것은 있지만 사용처를 정확하게 몰랐다" 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한 마디로 돈 살포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박 의장의 '지시' 혐의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영장 청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입니다.

또 수사 초기 단계에서 안병용 씨를 구속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수사 마무리 단계인 만큼 박 의장을 구속 수사할 명분이 없다는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 됐습니다.

또한 박 의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 결정에는 현직 국회의장 신분이라는 점도 일정 부분 고려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돈 봉투 수사는 새누리당 뿐 아니라 민주당에 대해서도 함께 이뤄졌는데, 앞으로 민주당 돈 봉투 수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답변]

검찰은 일단 민주당 돈 봉투 의혹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누가 돈을 주고 받았는지 구체적인 제보나 진술이 없어 수사가 풀릴 기미가 없는 상황입니다.

검찰은 지난 달 민주당에서 돈 봉투 살포 의혹을 고발 받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지난 해 서울 양재동 예비경선장에서 광범위한 돈 살포가 이뤄졌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현장 CCTV를 압수해 분석했습니다.

지난 달 31일에는 CCTV에서 수상한 행동이 잡힌 김경협 부천원미갑 예비후보 선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소환 조사까지 했는데요.

김 씨가 돌린 것은 돈 봉투가 아닌, 출판기념회 초대장으로 밝혀져 결국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이후 민주당 돈 봉투 수사는 지금까지 20여일 째 별다른 진척 없이 계류돼 있는 상황입니다.

한나라당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은 지난달 초 고승덕 의원의 발언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전당대회직전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받았다 돌려줬다는 것이었습니다.

곧이어 당차원의 수사 의뢰가 있었습니다.

결국 박희태 의장이 사퇴를 선언하고 김효재 전 수석도 스스로 물러나는 과정을 거쳤고 두사람 모두 불구속 기소되면서 40여일간의 수사는 모두 일단락됐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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