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명물 컵밥집 철거 논란

노량진 명물 컵밥집 철거 논란

2013.01.24. 오전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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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싼값에 고시생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서울 노량진의 명물, 컵밥집에 대한 강제 철거가 시작됐습니다.

컵밥집 때문에 장사가 안된 주변 식당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어 생긴 일인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권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길가에 밥과 반찬이 나뒹굴고 매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노점상 안은 통째로 부서져, 성한 물건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종이 그릇에 밥을 담아 2천 원 남짓에 팔던 컵밥 노점상이 철거된 겁니다.

어제 새벽 5시 반쯤, 동작구청은 컵밥집 4곳을 강제 철거했습니다.

[인터뷰:임성희, 컵밥 노점상]
"그날 벌어서 그날 쓰고 살아요. 그리고 일수 찍는 사람도 있어요. 돈이 없어서. 그날 벌어서..."

이 컵밥집들은 주변 식당들과 1년 넘게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고시생들이 밥값이 싼 컵밥집에만 몰리자, 손님을 빼앗긴 식당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인터뷰:근처 식당 관계자]
"낮에 원래 장사를 했는데, 장사가 안되니까 전부 컵밥집으로 가니까, 장사가 안되니까 저녁으로 장사를 돌린 거예요."

구청은 수차례 자진철거를 요구했지만, 변화가 없어 부득이하게 강제 집행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컵밥집을 자주 이용해온 고시생들은 못마땅한 표정입니다.

[인터뷰:이바울, 노량진 고시생]
"이분들도 막 그렇게 돈 많이 버시는 것도 아니고 힘든 분들인데 부수고 이런 건 안 좋은 거 같아요."

구청은 다른 컵밥집에도 자진 철거를 통보했고,시정이 안 되면 강제 철거에 나설 방침입니다.

컵밥집이 사라진 자리에는 올해 말까지 명품거리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생계를 둘러싼 고시촌 컵밥집과 주변 식당의 해묵은 관계가 강제철거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YTN 권민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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