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 외래종에 습격당한 시화호 갈대 습지

[현장24] 외래종에 습격당한 시화호 갈대 습지

2013.06.03. 오후 1:3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제모습을 찾아가던 시화호 생태 습지를 엉뚱한 외래종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바로 블루길과 청거북인데요.

토종어류의 알을 주로 먹는데다 번식력까지 강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황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커다란 날갯짓이 일품인 중대백로가 힘껏 날아오릅니다.

뿔논병아리 가족은 연신 자맥질을 하며 고기잡이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한해 수십 만 마리의 새들이 찾을 만큼 생태계의 보고로 자리 잡은 시화호 갈대 습지.

하지만 물속 생태계는 엉망이 돼 가고 있습니다.

2시간 만에 건져낸 그물입니다.

외래어종인 블루길이 가득합니다.

20일 동안 이곳에서 잡은 블루길은 3천여 마리에 달합니다.

많은 날은 하루 3백 마리도 넘게 잡혔습니다.

어른 손가락만큼만 자라면 한 번에 알을 수만 개나 낳을 만큼 번식력이 강합니다.

메기나 가물치 같은 천적이 살고 있지만 블루길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붉은귀거북도 수십 마리나 확인됐습니다.

습지 곳곳에서 부화를 앞둔 알 무더기가 발견됐습니다.

[인터뷰:정지화, 서울대 산림과학부 연구원]
"(붉은귀거북이) 크게 되면 천적이 없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다 큰 경우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기 때문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황소개구리도 나왔습니다.

올챙이인데도 크기가 어른 손 한 뼘은 족히 됩니다.

블루길은 알이 철새들의 부리나 발톱에 묻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붉은귀거북은 가정에서 애완용으로 길러지다 방사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정확한 유입 경로와 개체 수는 알기 어렵습니다.

[인터뷰:최종인, 안산시 시화호 지킴이]
"일시적으로 행사성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이런 것들을 시기별로 포획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거든요. 알을 가졌을 때 포획한다고 그러면 이미 늦어 버린 거예요."

10년 넘게 공들여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시화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무서운 기세로 불어나는 외래종에 생태계가 송두리째 파괴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YTN 황보연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