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 남편 출산휴가...세종의 '혁신 복지'

노비 남편 출산휴가...세종의 '혁신 복지'

2013.10.10.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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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이 임산부의 날입니다.

현행법상 아이를 낳으면 출산 전후로 90일 동안 유급휴가가 보장됩니다.

그런데, 6백 년전 세종대왕 때 이보다 혁신적인 출산휴가가 있었다면 믿겨지십니까?

박소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각 디자이너인 혜령 씨.

셋째 아이 출산을 두 달 앞두고 있지만 오늘도 출근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둘째 때와 마찬가지로 낳기 직전까지 일하다가 출산휴가를 쓸 생각입니다.

[인터뷰:홍혜령, 임신 8개월, 시각 디자이너]
"(첫째, 둘째 낳고) 3개월 출산휴가만 쉬고 나왔거든요. 그때는 모유 수유도 힘들었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육아휴직을 쓰려고 고민하면서 보니까 회사 내에서 선후배들에게 눈치도 보이고..."

두 달이던 출산 휴가가 90일로 늘어난 건 지난 2001년.

불과 12년 전입니다.

훨씬 선진화된 출산제도가 15세기 초 이미 존재했습니다.

세종 8년, 전국에 있는 관청 노비에게 출산 유급휴가 100일을 주도록 했습니다.

아이를 낳다 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도 출산 직전까지 일하다 숨지는 경우가 줄지 않자 산전 휴가 30일을 추가로 줬습니다.

세종 16년에는 부인을 돌볼 수 있도록 남편 노비에게도 간호 휴가를 한 달까지 줬습니다.

남성 의원에게 진료받을 수 없는 부녀자들을 위해 의녀제도를 전국으로 넓히기도 했습니다.

지금으로 하면 산부인과 의사이자 간호사 역할을 한 셈입니다.

[인터뷰: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실장]
"(관노비는) 가장 맨 밑바닥에 있는 노비들인데 그들을 먼저 살려내는 작업을 해야겠다. 유럽, 중국 어느 나라에도 세종의 인간적인, 노비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제도는 (없었고) 조선이 유일한 혁신적인 제도였다고 보여집니다."

구체적인 통계는 남아있지 않지만 이런 세종의 '혁신 복지' 덕에 아이를 낳다 죽는 여성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세종이 출산제도를 혁신적으로 손 본 것은 당시 백성들의 '숨은 고통'을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복지제도도 단순히 여론을 의식한 구호가 아니라, 이런 세종의 참된 정신을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YTN 박소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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