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층간소음, 정신적 피해 배상하라"

[앵커]

층간소음으로 다투다 살인으로 까지 번지는가 하면, 현직 판사가 이웃 차량에 화풀이를 했던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지만 정신적 피해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데요.

이례적으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종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아파트 11층에 사는 A씨 부부.

지난해 위층으로 이른바 '대가족'이 이사를 오면서부터 집안의 평온함이 깨졌습니다.

'쿵, 쿵, 쿵' 아이들이 뛰는 소리에다, 물을 틀 때마다 나는 소음에 시달린 겁니다.

참다 못한 A씨 부부는 층간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윗집 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발생된 층간 소음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데이터 등은 제출되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법원은 이례적으로 아랫집 A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A씨 부부의 사생활을 방해한 만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윗집 부부가 A씨 부부에게 3백만 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객관적인 수치는 없었지만, 증거조사 결과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소음 기준을 넘어선 게 명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가 윗집 아들에게서 폭행을 당했다며 낸 별도의 치료비와 위자료 청구도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층간소음이 빌미가 돼 일어난 폭행 등에 대해 배상이 인정된 사례는 많지만, 이번 사건처럼 단순히 층간소음에 대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위층의 소음 발생 행위와 그 정도가 통상적으로 참아줄 만한 수준을 넘어서, 아래층의 평온한 사생활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서,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인정한 사례입니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층간 소음 민원은 하루 평균 수십 건에 달하지만, 지금까지 이웃 간에 피해가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현재, 정부는 층간소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치가 너무 높다며, 이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적 피해를 적극적으로 인정한 법원의 판단까지 더해지면서, 층간소음에 대한 피해 보상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YTN 이종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