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싸웠지만...생활고에 '허덕'

목숨 걸고 싸웠지만...생활고에 '허덕'

2014.06.25. 오전 00:0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6·25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났지만 참전용사자 가운데 상당수는 생활고라는 현실과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은 겁니다.

참전용사자의 생활을 최아영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빛바랜 사진 속 늠름한 모습의 이종훈 할아버지.

18살 때 입대해 치열한 격전지였던 강원도 양구 김일성 고지전투에 참전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여든이 됐지만 전쟁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이종훈, 6·25 참전용사]
"적만 보면 사살하고 후퇴 없이 그냥 전진만 했지. 인민군들이 징, 꽹, 장구치고 넘어와서... 한번 후퇴했다가 다시 전열 가다듬어 완전히 진지를 구축해서..."

숱한 생사고비를 넘겨 살아남았지만, 할아버지에게 남은 것은 생활고라는 또 다른 전쟁이었습니다.

참전용사로서 할아버지가 한 달에 받는 돈은 보훈처에서 지급하는 17만 원과 명예수당 5만 원 남짓이 전부입니다.

참전용사 10명 가운데 8명은 참전 명예 수당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950년 입대해 무기지원을 담당하던 최귀옥 할아버지 역시 편치 않은 몸으로 폐지를 모으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최귀옥, 6·25 참전용사]
"일부러 쌀 안 먹어요. 못 먹어요.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 끼니 이걸로만. 이거는 싸잖아요. 라면 이런 거는..."

참전유공자증명서 한 장과 전쟁 중 잃은 손가락만이 할아버지가 참전군인이었다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인터뷰:최귀옥, 6·25 참전용사]
"난 후회하는 게 그때 죽지 않은 것이 후회됩니다. 남과 같이 총 맞아 죽었으면 국가에 이름이라도 있을 것 아닙니까."

현재 생존해 있는 6·25 참전용사자는 16만 천여 명.

[인터뷰:손영달,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할아버지는 전쟁에 나가서 나라를 위해 싸웠는데 한 달에 17만 원 수입을 받는다면 앞으로 아이들이 크면 전쟁에 안 나가려고 하지 누가 나가려고 하겠습니까."

그 누구보다 명예로워야 할 6월 25일이지만, 생활고와 무관심 속에 참전용사자들은 빛바랜 사진 속 아련한 역사로 잊혀지고 있습니다.

YTN 최아영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