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내 아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100일..."내 아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2014.07.24.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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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0일 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희생자 가족들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여전합니다.

하루 아침에 단란했던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었지만 내 아이가 간절히 바랐던 오늘을 헛되이 살지 않기 위해, 가족들은 힘들지만 하루하루를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임성호 기자가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앞을 막아선 경찰과 그 너머를 향해, 내 아이가 왜 차가운 물 속으로 들어가야 했는지 울며 묻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엄마 배를 문지르며, 엄마 냄새가 난다는 싱거운 말을 했던 아들.

지난 4월 16일 이후, 아들을 삼킨 남해의 비릿한 바닷바람보다, 진상규명을 외치며 맡는 국회 앞 마른 풀냄새가 오히려 견딜만했습니다.

[인터뷰:전명선, 단원고 2학년 7반 고 전찬호 학생 아버지]
"찬호 방에, 찬호 이불에, 찬호 침대의 찬호 향을 맡으려고 해요. 아직도 집 안의 찬호 방은 아직 하나도 정리를 안 하고 있어요."

먼저 떠난 처남은 낮에는 이삿짐을 나르고, 밤에는 치매 걸린 아버지와 늙은 어머니를 돌보았습니다.

하루하루 겪는 고달픔을 가볍게 드러내지 않았던 처남을 허망하게 보낼 수 없어, 오늘도 일을 제쳐 두고 국회 앞에 나왔습니다.

[인터뷰:한성식, 고 이광진 씨 처남]
"뭔가가 손에 안 잡혀요. 뉴스 기사를 보다가 세월호 비슷한 모습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물나고..."

단원고 희생 학생 고 전현탁 군이 지냈던 세탁소.

부모는 안을 가렸던 짙은 커튼을 걷어냈지만, 슬픔을 아직 다 추스르기는 힘들어 자물쇠를 걸어놓았습니다.

생업을 제쳐놓고 팽목항으로, 분향소로 향했던 자원봉사자들.

'위로가 되든 되지 않든, 그냥 곁에 있자.'

가족 곁을 지키는 내내 되뇌었던 말입니다.

[인터뷰:김미선, 자원봉사자]
"저희가 오히려 위로가 됐으면 싶은데, 아마 유가족분들도 아실 거예요. 장시간 우리도 꼭 그분들 위해서 한다기보다는 함께 하는 거니까..."

특별법 제정을 외치는 국회 앞.

또, 합동분향소에서 서울광장까지.

[인터뷰:전명선, 단원고 2학년 7반 고 전찬호 학생 아버지]
"희생된 아이들의 영혼에 조금이라도 미안함을 덜기 위해서..."

[인터뷰:한성식, 고 이광진 씨 처남]
"완전한, 안전한, 완전히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는 거죠."

내 아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희생자 가족들은 힘겹게, 하지만 꿋꿋하게 오늘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YTN 임성호[seongh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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