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시간이 멈춘 그곳 '안산'

100일...시간이 멈춘 그곳 '안산'

2014.07.24.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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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어느덧 100일째입니다.

희생자만 3백 명이 넘는 데다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 사고를 당해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는데요.

100일이 지난 지금,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경기도 안산의 모습은 어떨까요.

그날 이후 시간이 멈춘 그곳, 안산에 한동오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에 끝내 안기지 못하고 바다에 스러져간 304명.

가슴 한켠의 지워지지 않는 먹먹함은 1km가 넘는 추모 행렬로 이어졌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이들의 얼굴은 그리움이 되어 교실 한쪽에 새겨졌습니다.

그 뒤로 흐른 시간, 100일.

여전히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국화 한 송이.

아이들을 잃은 텅 빈 교실은 온기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오빠, 꼭 돌아와.'

'천국에서 애들 잘 부탁해요.'

칠판에도, 사물함에도, 눈물로 꾹꾹 눌러쓴 마지막 한 마디.

단원고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섰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어느덧 100일이 흘렀지만 이렇게 2학년 교실 10곳 모두는 아직도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뜨거웠던 추모 열기는 조금씩 잦아들고 차분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그렇게 분향소는 추모객들에게 품을 내어줍니다.

살아생전 아이들이 좋아했던 과자는 영정 앞에 한가득 쌓였고, 돌아오길 바랐던 과거의 희망은 천 개의 노란 학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뒤늦게 수습된 실종자들의 영정은 오늘도 빈자리를 하나둘 채워가고, 추모객들이 두고 간 근조 리본은 생채기 난 마음처럼 울긋불긋 녹슬었습니다.

[인터뷰:권경자, 추모객]
"너무 가슴 아프고 어른들의 실수로 장래 촉망되는 아들딸들을 구해낼 수도 있던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돌아오지 못한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

유골이 되어서도 함께 어깨를 맞댔습니다.

말라버린 꽃처럼 서서히 흘러간 100일.

하고 싶은 말도, 주고 싶은 선물도 너무 많은데, 남은 이들은 떠난 이들에게 못 해준 게 끝내 아쉬울 뿐입니다.

수업이 끝나면 북적이던 학교 앞.

그날 이후 예전만큼의 활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손님이 아니라, 가슴에 품었던 또 다른 자식이었습니다.

[인터뷰:남상필, 고 양온유 학생 아르바이트 편의점주]
"사고 났을 때 저희는 온유 생각밖에 안 났죠, 솔직히.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희망이 희망뿐이더라고요."

안산 거리 곳곳에 여전히 일렁이는 노란 물결.

망각의 늪에 빠지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약속이자 다짐입니다.

꽃처럼 싱그러웠던 아이들.

가만있으란 어른들의 말에 끝내 자리를 지켰던 안타까우리만큼 순수했던 아이들.

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안산의 시계는 여전히 4월 16일에 머물러 있습니다.

YTN 한동오[hdo86@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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