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질병수준" vs. "소송자체 결함"

[앵커]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펼쳤는데요.

예상대로 공단 측은 담배의 유해성과 담배회사의 불법책임을, 담배회사 측은 소송 자체의 결함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구수본 기자입니다.

[기자]

국가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굴지의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537억 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김종대 공단 이사장까지 법정에 나와 재판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공단은 먼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지적했습니다.

니코틴 중독도 질병에 포함시키는 세계보건기구, WHO의 질병분류와 '궐련은 코카인만큼 중독성있는 약물'이라는 영국 왕립의사협회의 보고서도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담배사들은 이를 알면서도 줄이려 하지 않았고, 이런 위험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담뱃갑의 경고문구도 중독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유해성에 대해서도 추상적으로 언급할 뿐이라는 겁니다.

[인터뷰:정미화, 건보공단 측 변호인]
"담배는 유해성이 있고 중독성이 있고 사람들을 많이 죽이고...그런 걸 다 인정하고 광고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부인하면서 책임이 없다고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반면 담배회사 측은 소송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건보공단은 직접 피해자가 될 수 없어 이번 소송은 법률상 결함이 있다는 논리입니다.

건보공단이 주장하는 손해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은 공단의 당연한 의무이자 존재 이유로,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담배회사 측은 공단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소송을 강행하고 있다며, "정부의 입법정책과 맞물려 정치적 프로파간다 같은 소송이 되고 있다"며 소송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박교선, KT&G 측 변호인]
"개념상 성립하기 어려운 청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꼭 승소하는 것보다는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담배의 유해성과 회사 측의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 판결에서 모두 무죄로 결론났다고 언급했습니다.

첫 재판부터 양측은 불꽃튀는 논쟁을 벌였습니다.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 담배회사의 법적 책임 등 주요 쟁점에 앞서 이번 소송의 각하 여부부터 따져야 할 것으로 보여 소송은 길고 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다음 재판은 11월 7일로 예정됐습니다.

YTN 구수본[soobon@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