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동의 없이 퇴원한 알코올중독자, 변사체로...

가족 동의 없이 퇴원한 알코올중독자, 변사체로...

2014.09.22. 오전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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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병원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던 환자가 퇴원 사흘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병원은 환자의 자활 의지가 강하다며 퇴원을 시켰다고 하는데, 퇴원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된 가족들은 병원의 오판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병원 결정은 적절했던 걸까요?

한동오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영등포의 안양천.

지난달 28일, 37살 정현일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곳입니다.

근처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다 돌연 사라진 뒤였습니다.

[인터뷰:성 모 씨, 마지막 목격자]
"술을 여기서 3병을 마셨단 말이에요. 또 1병 그렇게 먹고. 그리고 없어졌어요."

알고 보니 정 씨는 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인 한동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환자였습니다.

정 씨는 퇴원한 지 사흘 만에 지인과 함께 있던 곳에서 수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곳 하천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익사로 추정돼 타살 혐의는 없지만, 문제는 퇴원 과정이었습니다.

정 씨는 보호자였던 가족에 의해 강제로 병원에 입원된 상황.

하지만 퇴원 결정은 가족이 아닌, 병원 주치의가 내렸습니다.

강제 입원한 환자라도 의사가 동의하면 퇴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00병원 관계자]
"(정 씨의) 재활 의지가 강하니까. 주치의께선 차라리 재활해서 사회활동 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정 씨는 퇴원하자마자 지인과 소주 4병을 마시다 실종됐습니다.

퇴원 닷새 전에도 병원에서 무단 이탈해 술을 마시다 잡혀 오기도 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이 전혀 낫지 않은 겁니다.

[인터뷰:병원 환자]
"몇 번 도망갔다가 다시 들어오셨거든요. 환풍기를 뽑아서 도망갔다던데..."

퇴원 사실조차 뒤늦게 통보받은 유가족은 가슴이 미어집니다.

언젠가 치료할 수 있겠다는 희망은 결국 한 줌의 뼛가루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인터뷰:정 모 씨, 유가족]
"병원이 답답하고 나가고 싶다, 죽고 싶다 그러더라고요. 미칠 것 같다, 여기 있으면..."

평상시 이 병원의 허술한 환자 관리는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수시로 병원을 빠져나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린다는 겁니다.

[인터뷰:인근 주민]
"(환자들한테) 안 팔아요. 오면 주정하고 그러니까. 너무 무서워서 호신용품도 사다 놨어요."

[인터뷰:인근 주민]
"보통 편의점에서 술 마시고... (도망가다) 바로 잡혀서 끌려가니까 몇 번 봤죠."

이 병원은 또 멀쩡한 노숙자를 환자로 둔갑시켜 요양급여를 타낸 혐의로 고발돼 현재 검찰 수사도 받고 있습니다.

YTN 한동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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