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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경제단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20대 여직원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안타까운 죽음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우리 사회의 답답한 이면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었습니다.
임성호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내 굴지의 경제단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25살 권 모 씨.
지난달 26일, 퇴직한 지 한 달도 안 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일한 버팀목을 잃은 홀어머니는 비탄에 빠져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인터뷰:권 씨 어머니]
"결국은 제가 잘 보듬어서 갔었어야 하는데, 제가 좀 바빠서 얘기를 잘 들어주지도 못하니까 혼자 괴로워하다가... 그게 제일 마음에 걸려요."
도대체 권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학을 조기졸업한 권 씨는 2년 전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습니다.
중소기업 CEO들의 교육프로그램을 관리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초과 근무와 주말 근무가 잦았지만, 특유의 쾌활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전 동료 직원]
"사실 처음에는 업무 능력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시켜준다고 얘기가 나왔었어요. 업무 능력도 좋고 사람들한테 싹싹하게 잘하고 정말 원우들도 좋아했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항상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간부들은 무기계약직 전환에 힘써주겠다고 다독였습니다.
[인터뷰:당시 권 씨 상사]
"느낌상 이런 정도면 충분히 전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봤고, 제가 지속적으로 '괜찮다, 될 수 있을 거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인터뷰:당시 권 씨의 다른 상사]
"1년이 넘게 근무한 상황이었으니까 좀 지켜보고 다른 경우가 있을 수 있지 않겠냐... 전환이 된다든지 다른 회사에 우리 통해서 채용이 된다든지..."
조금만 참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권 씨는 갖은 어려움을 견디고 또 견뎌냈습니다.
그런데 권 씨의 이메일에선 스토킹과 상습 성추행을 당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교육프로그램이 끝난 뒤 열린 회식자리에서 아버지뻘 되는 기업인이 몸을 더듬었다거나,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발언을 수시로 들어 치욕스러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권 씨 성추행 의혹 기업대표]
"전라도에서는 XXX가 학교 수업 안 가고 놀러 가는 걸 XXX라고 해요."
(단어에 '성행위' 의미가 있다는 걸 모르셨단 건가요?)
"그거는 진짜 몰랐어요, 정말로 진짜 몰랐어요."
상사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끈질기게 연락하며 '오빠'라고 부르라던 업체 대표는 오히려 권 양을 탓합니다.
[인터뷰:권 씨 스토킹 의혹 기업대표]
"본인이 술에 취해서 내 다리에 앉고, 그런 행동을 보여서 제가 이건 전혀 아니다..."
결국 권 씨는 2년 계약이 끝난 지난 8월 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6일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인터뷰:당시 권 씨의 상사]
"어떻게 보면 순진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저희는 인사쪽에서 최종결정돼야 할 사항을 저희가 잘 모르고..."
[인터뷰:해당 경제단체 임원]
"그 친구랑 친하게 지내고 가깝게 지내고 하다 보니까, 그 친구들한테 동기부여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권 씨는 비정규직의 설움을 토로하고 자신을 괴롭혔던 어른들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몸부림쳤던 20대 계약직 여성의 죽음.
그 이면엔 사회적 약자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청춘들의 고민과 아픔이 숨어 있었습니다.
YTN 임성호[seongh12@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한 경제단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20대 여직원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안타까운 죽음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우리 사회의 답답한 이면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었습니다.
임성호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내 굴지의 경제단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25살 권 모 씨.
지난달 26일, 퇴직한 지 한 달도 안 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일한 버팀목을 잃은 홀어머니는 비탄에 빠져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인터뷰:권 씨 어머니]
"결국은 제가 잘 보듬어서 갔었어야 하는데, 제가 좀 바빠서 얘기를 잘 들어주지도 못하니까 혼자 괴로워하다가... 그게 제일 마음에 걸려요."
도대체 권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학을 조기졸업한 권 씨는 2년 전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습니다.
중소기업 CEO들의 교육프로그램을 관리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초과 근무와 주말 근무가 잦았지만, 특유의 쾌활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전 동료 직원]
"사실 처음에는 업무 능력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시켜준다고 얘기가 나왔었어요. 업무 능력도 좋고 사람들한테 싹싹하게 잘하고 정말 원우들도 좋아했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항상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간부들은 무기계약직 전환에 힘써주겠다고 다독였습니다.
[인터뷰:당시 권 씨 상사]
"느낌상 이런 정도면 충분히 전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봤고, 제가 지속적으로 '괜찮다, 될 수 있을 거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인터뷰:당시 권 씨의 다른 상사]
"1년이 넘게 근무한 상황이었으니까 좀 지켜보고 다른 경우가 있을 수 있지 않겠냐... 전환이 된다든지 다른 회사에 우리 통해서 채용이 된다든지..."
조금만 참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권 씨는 갖은 어려움을 견디고 또 견뎌냈습니다.
그런데 권 씨의 이메일에선 스토킹과 상습 성추행을 당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교육프로그램이 끝난 뒤 열린 회식자리에서 아버지뻘 되는 기업인이 몸을 더듬었다거나,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발언을 수시로 들어 치욕스러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권 씨 성추행 의혹 기업대표]
"전라도에서는 XXX가 학교 수업 안 가고 놀러 가는 걸 XXX라고 해요."
(단어에 '성행위' 의미가 있다는 걸 모르셨단 건가요?)
"그거는 진짜 몰랐어요, 정말로 진짜 몰랐어요."
상사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끈질기게 연락하며 '오빠'라고 부르라던 업체 대표는 오히려 권 양을 탓합니다.
[인터뷰:권 씨 스토킹 의혹 기업대표]
"본인이 술에 취해서 내 다리에 앉고, 그런 행동을 보여서 제가 이건 전혀 아니다..."
결국 권 씨는 2년 계약이 끝난 지난 8월 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6일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인터뷰:당시 권 씨의 상사]
"어떻게 보면 순진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저희는 인사쪽에서 최종결정돼야 할 사항을 저희가 잘 모르고..."
[인터뷰:해당 경제단체 임원]
"그 친구랑 친하게 지내고 가깝게 지내고 하다 보니까, 그 친구들한테 동기부여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권 씨는 비정규직의 설움을 토로하고 자신을 괴롭혔던 어른들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몸부림쳤던 20대 계약직 여성의 죽음.
그 이면엔 사회적 약자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청춘들의 고민과 아픔이 숨어 있었습니다.
YTN 임성호[seongh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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