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여성 죽음"...강요 받는 '쪼개기 계약'

"계약직 여성 죽음"...강요 받는 '쪼개기 계약'

2014.10.27. 오후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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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내용입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 현실은 어떨까요?

오히려 악용되고 있습니다.

2년 계약이 정규직 전환의 부담이 있다보니 3개월, 6개월, 2개월, 4개월, 이런 쪼개기 계약이 아무리 제재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반복 갱신 횟수는 제한하지 않아 이런 초단기 쪼개기 계약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인데요.

그 실태를 임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상사들의 정규직 전환 약속에 외부 인사들의 성추행까지 참았지만,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소기업중앙회 계약직 여직원 권 모 씨.

[인터뷰:권 씨 어머니, 지난 6일]
"결국은 제가 잘 보듬어서 갔었어야 하는데, 제가 좀 바빠서 얘기를 잘 들어주지도 못하니까 혼자 괴로워하다가… 그게 제일 마음에 걸려요."

중앙회에서 근무했던 2년 동안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맺어야 했습니다.

[인터뷰:심상정, 국회의원(지난 9일 기자회견)]
"일곱 번 쪼개기 계약을 당했습니다. 3개월, 6개월, 2개월, 3개월, 2개월..."

그런데 권 씨 같은 계약직 직원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하는 또 다른 계약직 직원 백여 명도 숨진 권 씨처럼 쪼개기 계약을 맺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앙회가 채용한 계약직 113명 가운데 대부분은 두세 달마다 계약을 갱신했고, 한 달 급여가 백만 원을 간신히 넘는 직원도 많았습니다.

[인터뷰:이남식,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최저임금을 갓 웃도는 이런 수준의 저임금 노동자가 대단히 많고, 공공부문은 최소한 민간부문과는 달리 준법적 수준의 임금은 보장돼야 하잖아요."

이에 따라 현행 비정규직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간제 근로자법은 비정규직을 2년 넘게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정해놓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공공단체·사기업 할 것 없이 2년에 못 미치는 수 개월 단위로 근로자에게 '초단기 계약', 즉 쪼개기 계약을 강요한다는 겁니다.

시민단체는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는 경우와 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들을 사용할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하고, 상시 계속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못다핀 꿈을 뒤로 하고 스러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한 20대 계약직 여성의 죽음.

이런 가운데 정부는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YTN 임성호[seongh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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