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정보도 유출?'...금감원 직원 사칭 피해 속출

'혹시 내 정보도 유출?'...금감원 직원 사칭 피해 속출

2015.01.11.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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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당신의 개인 정보가 도용됐으니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전 재산을 맡겨라', 언뜻 듣기엔 꽤 황당한 말인데요.

하지만 이런 전화에 실제로 수천만 원을 날린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이형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72살 이 모 씨는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개인 정보가 도용돼 은행에 맡겨둔 예금이 위험하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인터뷰:이 모 씨, 피해자]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으니까 보완조치를 해야 한다. 내가 금융감독원인데 다 조치를 취해주겠다. 그때부터는 완전히 몽롱한 상태에서 하란 대로 했어요."

교직 생활을 하며 평생 모은 5천 7백여만 원을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맡겼다가 날린 건 이 씨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이 씨 같은 피해자들이 잇달아 발생해 6명이 모두 3억 7천만 원을 날렸습니다.

사기 행각을 벌인 범인들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은 범행 대상을 7, 80대 노인들로 삼았다는 겁니다.

[인터뷰:피해자]
"거기(물품보관함)에 넣으면 내 지문이 찍혀서 아무도 못 찾아간대, 내 지문 없이는. 내가 그런 거를 할 줄을 모르니깐, 금감원 직원이 도와주러 간대요."

이 같은 피해가 속출하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허홍욱, 서울 중랑경찰서 지능팀]
"금융정보가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깐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특히 노인분들은 이런 얘기 들으면 불안감을 더 쉽게 느끼거든요. 그래서 이런 사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초 농협과 롯데, 국민 등 카드 3사에서 수천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등 개인 정보 유출 사례가 빈번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에 맡겨둔 예금도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졌고, 이를 노린 범행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겁니다.

개인 정보 유출 피해에서 '나도 예외일 순 없다'는 불안감에 애꿎은 피해자들만 늘고 있습니다.

YTN 이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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