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밤샘 근무...'길 위의 노동자'

12시간 밤샘 근무...'길 위의 노동자'

2015.01.16.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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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두가 잠든 시간, 홀로 거리를 누비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시민들에게 깨끗한 출근길을 선사하는 환경미화원인데요.

짐작하시다시피 근무 여건이 녹록치 않은데, 단지 쓰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YTN 연속기획 '사람 속으로', 나현호 기자가 환경미화원의 하루를 동행했습니다.

[기자]
오후 4시, 해가 기울어질 즈음이면 환경미화원 문춘석 씨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서울 강동구 일대 거리가 문 씨의 일터.

좁은 골목길 구석구석, 종량제 봉투를 모아 큰길가로 실어 나릅니다.

[인터뷰:문춘석, 환경미화원]
"회사에서는 빨리빨리 끝내고 아침 출근하는 시간, 애들 학교 가고 출근하는 시간 전에 다 일을 마치라고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시간을 맞추려고 부리나케 뛰어다닙니다."

해마다 김장철이면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 고생이 더 심합니다.

[인터뷰:문춘석, 환경미화원]
"여기다가 잡쓰레기, 무거운 것, 음식물도 집어넣어서 이 속에서 혼합이 돼서 그런 점이 힘들죠."

주민 12만 명이 버리는 쓰레기를 단 두 사람이 치워야 합니다.

길 위에서 서둘러 담배 한 대를 태우며 겨우 한숨을 돌립니다.

[인터뷰:문춘석, 환경미화원]
"내가 하는 자리는 3명이 하는 자리를 2명이 하는 거예요."

[인터뷰:문춘석, 환경미화원]
"끝나야 한 시간 쉬는거예요. 난장에서... 막사는 멀고 그러니까 막사가 2개 있는데, 그걸 전직원 30명이 그 골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늦은 저녁식사.

쓰레기 냄새가 난다며 식당에서 문전박대 당한 적도 많습니다.

[인터뷰:문춘석, 환경미화원]
"커피를 먹으려고 들어갔는데, 커피를 먹으면서 방석에 앉았어요. 안쪽에 앉았어요. 그랬더니 일어나세요. 얼른 나가세요. 냄새나요."

새벽 1시, 쓰레기를 차에 싣는 '상차 작업'이 시작됩니다.

모아둔 쓰레기를 차에 던져넣고 오르내리기를 수십 차례,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일이 끝납니다.

그래도 이른 귀가입니다.

쓰레기가 몰리는 일요일이면 오전 9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날도 허다합니다.

[인터뷰:문춘석, 환경미화원]
"한 차에 4톤을 실어요. 그런데 (일요일에는) 여섯 차를 둘이서 실어 나르는데, 그게 몇 톤인가?"

환경미화 일을 시작한 지 8년, 매일 쓰레기와 사투를 벌이면서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일거리는 넘치는데 직원은 늘지 않고, 하루 18시간 일을 해도 초과 수당은 4시간에 불과합니다.

언제까지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막연한 고민이 쓰레기더미처럼 쌓여갑니다.

[인터뷰:문춘석, 환경미화원]
"사람이 진짜, 힘이 드니 별별 생각이 다 들어요. 이렇게 해야 밥을 먹고 사는가?"

YTN 나현호[nhh7@ytn.co.kr]입니다.

12시간 밤샘 근무...'길 위의 노동자'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YTN은 지난 1월 12일 '12시간 밤샘 근무…'길 위의 노동자''라는 제목으로 '서울 강동구 주민 12만 명이 버리는 쓰레기를 환경미화원 단 두 사람이 치워야하고, 하루 18시간 일을 해도 초과 수당은 4시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청소대행업체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보도된 환경미화원 두 사람에 대한 할당물량은 주민 1만 여 명분으로 밝혀졌으므로, 위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해당 업체는 미화원의 근무시간은 1주 평균 52시간, 1일 평균 8.7시간 기준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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