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항문에 소금물 넣으면 암도 고친다?"...경찰 수사

단독 "항문에 소금물 넣으면 암도 고친다?"...경찰 수사

2015.02.04. 오후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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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금물로 매일 관장하면 암 같은 불치병이 낫는다', 여러분은 이 말이 믿어지십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감언이설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중증 환자들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먼저 한동오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수채화 물통과 분무기를 옆에 둔 중년 여성.

한 남성을 앞에 눕히고는 난데없이 바지를 벗으라고 합니다.

[인터뷰:강 모 씨]
"그래야지만 항문이 나를 보여주는 거지. 오른쪽으로 눕고 다리를 쭉 뻗고..."

그런 다음 보자기로 중요 부위를 가리고, 분무기로 항문에 물을 뿌립니다.

[인터뷰:강 모 씨]
"항문이 빡빡하기 때문에 잘 안 들어가. 그럴 때는 이걸로(분무기) 항문에다 쏴주면 쏙 들어가."

물통에 담긴 소금물로 관장하기 위해, 고무호스를 항문에 넣는 겁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이지만,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강 모 씨]
"연구해서 다 제작해서 만든 거에요. 다 이렇게 내가 시스템으로 만든 거에요."

하지만 이는 무허가 의료 행위로 모두 불법입니다. 강 씨 등은 한적한 수련원이나 펜션에서 9박 10일 동안 캠프를 열고, 환자들에겐 소금물이나 간장만 먹게 한 뒤 다른 약은 입에도 대지 못하게 했습니다.

약을 제대로 먹지 못한 중증 환자 일부는 퇴소 한 달 뒤 숨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이 치료를 명목으로 받은 돈은 환자 1명에 120만 원, 최근 6년 동안 확인된 피해자만 7천 명, 피해액은 40억 원이 넘습니다.

강 씨 등은 캠프에 4만 명 이상 다녀갔다고 주장하고 있어 피해액은 수백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YTN 한동오[hdo86@ytn.co.kr]입니다.

[앵커]
이른바 '소금물 관장 치료'를 이끈 사람들은 교회를 운영하는 목회자 부부였습니다.

여기에 현직 한의사도 가담했는데요.

종교와 의학의 이름을 빌려 아프고 돈 없는 환자들을 노렸습니다.

이어서 최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목사 조 모 씨 부부가 진행하는 예배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교회 예배와 같지만 설교 내용은 분명히 다릅니다.

다름 아닌 항문에 소금물을 넣어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뷰:설교 녹취]
"9박 10일 교육 끝나고 나면 간 클리닉 하신 분들이 가장 하실 말이 많은데, 변(똥) 잘 싸시는 분들께만 블루베리 주스 드리겠습니다."

교회가 운영하는 열흘짜리 합숙에 참가한 뒤 암이 나았다는 홍보 영상으로 현혹하기도 합니다.

건강한 삶을 갈망하는 환자들에게는 솔깃한 내용입니다.

[인터뷰:교회 홍보 영상]
"(목사님이) 병이 사라졌고, 떠나갔고, 나았다고 믿으라고 하셨어요. (의사가) 사진찍은 걸 보더니 '아무것도 없는데 왜 왔어?'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끌어들인 환자들은 충주 수안보나 경기도 양주에 있는 교회 수련원이나 펜션, 심지어는 모텔로도 데려갔습니다."

목사 부부가 수련원으로 사용한 비행기 모양 교회입니다.

이들은 이렇게 전국 곳곳에 있는 유원지 한적한 시설을 이용해 짧게는 몇 달씩, 길게는 1년씩 이른바 '자연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절박한 환자들이 기를 써가며 소금물 관장을 하고 나면, 한의사가 나타나 맥을 짚고 침을 놔줬습니다.

소금물 요법이 암이나 당뇨에도 효능이 있다면서, 목사 부부의 황당한 치료 행위를 거들었습니다.

[인터뷰:피해자]
"한의원 박사를 한 명 데리고 왔더라고. 그 사람까지 동원해서. 소금하고 물만 먹으면 혈압이 낮아진대요. 세상에."

'힐링' 열풍까지 맞물리면서 '항문 소금물 치료법'을 믿는 환자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종교와 의학을 내세운 사기 행각에 환자들은 돈과 건강을 잃었고 희망마저 꺾였습니다.

[인터뷰:피해자]
"전부 다 몸이 아픈 사람들인데, 그 사람 말 듣고 낫고 싶어서 갔는데..."

YTN 최원석[choiws888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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