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영구 미제되나?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영구 미제되나?

2015.02.04. 오후 6:0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16년 전, 대구에서 6살 짜리 남자 아이가 황산 테러를 당해 숨진 사건, 기억하십니까?

이른바 태완이 사건인데요.

안타깝게도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됐습니다.

당시 사건을 되돌아보겠습니다.

지난 1999년 5월 20일.

고 김태완 군은 집앞 대구시 동구의 골목길에서 온몸에 황산을 뒤집어쓰는 황산 테러를 당했습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범인은 학원에 가던 김군을 붙잡고 입을 강제로 벌려 검은 비닐 봉지에 담긴 황산을 입안과 온몸에 쏟아부었습니다.

행인이 김 군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 자리에서 실명한 김군은 패혈증을 앓다가 49일 만인 같은 해 7월 8일에 숨졌습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이 사건을 상해치사로 보고 수사했지만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하고 2005년 수사본부를 해체했습니다.

이후 세간의 기억 속에 잊혀져 있던 황산 테러 사건.

하지만, 치킨집 아저씨가 황산을 뿌렸다는 태완 군의 말을 부모는 단 한순간도 잊을리가 없죠.

2013년, 검찰에 재수사 청원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듬해 7월, 사건은 종결 됩니다.

[인터뷰:박정숙, 고 김태완 군 어머니]
"사실 저희는 우리가 억울한 줄 알았어요. 자식 잃은 부모가.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가 억울한 게 아니고 태완이가 억울한 거예요. 그냥 아파서 간 게 아니고 이 세상에서 표현할 수 없는 그러한 상처를 가지고 갔는데 그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면 우리는 나중에 태완이 만날 때 얼굴을 두고 볼 수가 없어요."

공소시효를 단 3일 남겨둔 지난해 7월 4일.

태완군 부모는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처음부터 자신들이 지목한 용의자, 치킨집 주인을 고소합니다.

하지만 검찰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요.

또다시 태완군 부모는 이 불기소 처분이 적절했는지 가려달라며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습니다.

[인터뷰:박정숙, 고 김태완 군 어머니]
"(사건 초) 태완이 진술이 (수사에) 제대로 채택되지 않으면서 거기에 부수된 많은 증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새로운 물증이나 증거를 찾기 보다 15년 전에 조사된 것을 제대로 검토만 해도 저희는 충분히 (범인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공소시효가) 저희가 재정신청을 내지 않았다면 저희는 그냥 허망하게 태완이 죽음은 그냥 이 사건 기록과 함께 묻히고 말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국 바로 어제, 재정신청이 기각됐습니다.

재판부는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을 가해자로 특정하기 어렵고, 제출된 자료와 수사기록만으로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한다'며 이유를 밝혔는데요.

이로써 이번 사건이 영구 미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인터뷰: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김태완 군이 머리에서부터 황산을 들이부어서 기도가 타고 그다음에 두 눈이 실명된 상태에서도 부모들이 받아낸 아동 전문가 분석가에 의해서 받아낸, 이런 부분들이 정말로 왜 받아들여 지지 않았을까 또 태완이 친구가 청각장애인이지만 목격한 부분이 상당히 팩트이고, 또 다른 주민의 진술, 이런 부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법원에서 왜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상당히 수사를 했던 사람으로서는 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태완군 부모는 "너무 억울하다. 경찰의 부실수사를 어떡할 것이냐.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태완군 부모는 대법원에 재항고하기로 했으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재정신청 기각 절차가 법적으로 하자가 있어야 재항고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고등법원에서 재정신청이 한번 기각이 된 걸 또 대법원에서 다시 심리를 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받아들여지기가 쉽지는 않다, 이렇게 보지만 이게 지금 국민적 관심사 사건이고 사실 리포트라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면 저 사건을 접한 많은 엄마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봤던이런 사건이고 가슴아파하는 부모들이 전국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지금 대법원에서 심리를 해서 정확하게 다시 재판을 해봐야 하지 않느냐."

이번 재정신청 심사 과정은 법령상 위반 사유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재항고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미진한 수사 때문에 고 태완군과 그 가족들의 억울한 한을 풀지 못하는 것이라면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생각해서라도 재항고가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2024 YTN 서울투어마라톤 (2024년 10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