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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0대 주부가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의식불명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남편은 알코올 중독 환자였고, 술에만 취하면 아내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합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죄가 선고됐는데, 2심 법원은 이를 뒤집는 판결을 했습니다.
먼저, 이정미 기자의 보도 함께 보시죠.
[기자]
40살 윤 모 씨의 결혼 생활은 평탄치 않았습니다.
7년 전부터, 알코올 중독에 걸린 남편은 술에만 취하면 윤 씨를 때렸습니다.
사단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려던 차에 벌어졌습니다.
남편에게 또 머리채를 잡힌 윤 씨는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 배를 걷어찼고, 술에 취해 있던 남편은 그대로 뒤로 넘어져 방바닥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이튿날, 남편은 머리가 아프다며 병원을 찾았지만, 수액을 맞다 침대에서 떨어져 급성 뇌출혈로 의식불명에 빠졌습니다.
결국 윤 씨는 폭행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재판부는 윤 씨가 남편의 손을 뿌리친 시점에서 이미 위협 상황이 끝났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윤 씨가 다시 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더라도 공격을 한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최근 이른바 '도둑뇌사' 사건 이후 정당방위 요건을 완화하려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법원이 정당방위를 여전히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이정미입니다.
[앵커]
그럼 여기서 이번 판결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쟁점은 남편의 배를 발로 찬 행위가 폭력이냐, 정당 방위냐, 여부입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려던 찰나 남편이 머리채를 잡았고,반사적으로 손을 뿌리치고 발로 배를 찼는데 이게 정당 방위로 인정이 안 된 겁니다.
1심 판결은 남편이 병원 침대에서 떨어진 것도 뇌사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해 무죄로 판결했는데요, 2심 법원은 뿌리치고 밀치는 행위까지는 정당 방위이지만, 발로 차는 행위는 '뇌사'를 일으킨 직접적인 폭력이었다고 해석했습니다.
[인터뷰:임방글, 변호사]
"(1심에서는) 머리카락을 쥐었다가 뿌리치고 있던 상황도 침해를 계속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 거고요. 2심에서는 뿌리쳤으면 된 거지 도망가라 이거예요. 그런데 왜 뿌리치고 발로 차냐..."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쟁점은 단순히 상황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일리가 있지만, 가해자가 된 피해자, 늘 매맞고 살던 여성 아니었습니까?
법원이 너무 정당방위를 좁게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해외 판례 사례를 보면,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가정 폭력이 있었을 경우, 그것을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정당 방위를 폭넓게 인정한다고 합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매맞는 아내 증후군. 바꿔 얘기하면 그 정도의 발로 차는 행위까지는 나의 최소한의 방어행위다라고 하는 것을 법원이 인정을 해 줘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BWS라고 하는 전문법률용어로써 양형에서 적극적으로 판단을 합니다. 최근에 국내에도 그와 같은 경향이 도입된 것 같은데 사실은 그만큼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사실은 법원에서 받아 들인다고 한다면 이것은 정당방위의 범주 내에 충분히 들어갈 수가 있다."
얼마전 '도둑 뇌사' 사건 같은 경우도 집에 든 도둑에게 빨래 건조대를 휘두른 것은 지나친 폭력이라면서 실형을 선고했잖아요.
때문에 정당방위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도둑 뇌사 사건 이후로 실제 정당방위 요건을 완화하려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에 반한 판결이 나와 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죠,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인터뷰:양지열, 변호사]
"남편이나 애인이 있는 사람에게 실제로 맞아죽는 여성의 비율이 굉장히 높거예요. 그런 어떤 사회적 현실에서 지금 당장은 머리채가 안 잡혔으니까 그러면 방위가 안 된다, 저는 이번 판결에 상당히 납득하기 어렵고요."
[인터뷰:김성수, 문화평론가]
"그걸 벗어나기 위해서 무의식중에 휘두르다가 맞은 것도 쌍방폭행이 되는 그런 현실. 그러니까 정당방위라고 하는 게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이 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거든요."
이번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인 것 같습니다.
특히 매맞는 아내, 여성의 경우, 정당방위 요건이 보다 폭넓게 인정돼야 하는게 아닌지, 정당방위 범위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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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주부가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의식불명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남편은 알코올 중독 환자였고, 술에만 취하면 아내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합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죄가 선고됐는데, 2심 법원은 이를 뒤집는 판결을 했습니다.
먼저, 이정미 기자의 보도 함께 보시죠.
[기자]
40살 윤 모 씨의 결혼 생활은 평탄치 않았습니다.
7년 전부터, 알코올 중독에 걸린 남편은 술에만 취하면 윤 씨를 때렸습니다.
사단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려던 차에 벌어졌습니다.
남편에게 또 머리채를 잡힌 윤 씨는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 배를 걷어찼고, 술에 취해 있던 남편은 그대로 뒤로 넘어져 방바닥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이튿날, 남편은 머리가 아프다며 병원을 찾았지만, 수액을 맞다 침대에서 떨어져 급성 뇌출혈로 의식불명에 빠졌습니다.
결국 윤 씨는 폭행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재판부는 윤 씨가 남편의 손을 뿌리친 시점에서 이미 위협 상황이 끝났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윤 씨가 다시 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더라도 공격을 한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최근 이른바 '도둑뇌사' 사건 이후 정당방위 요건을 완화하려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법원이 정당방위를 여전히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이정미입니다.
[앵커]
그럼 여기서 이번 판결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쟁점은 남편의 배를 발로 찬 행위가 폭력이냐, 정당 방위냐, 여부입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려던 찰나 남편이 머리채를 잡았고,반사적으로 손을 뿌리치고 발로 배를 찼는데 이게 정당 방위로 인정이 안 된 겁니다.
1심 판결은 남편이 병원 침대에서 떨어진 것도 뇌사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해 무죄로 판결했는데요, 2심 법원은 뿌리치고 밀치는 행위까지는 정당 방위이지만, 발로 차는 행위는 '뇌사'를 일으킨 직접적인 폭력이었다고 해석했습니다.
[인터뷰:임방글, 변호사]
"(1심에서는) 머리카락을 쥐었다가 뿌리치고 있던 상황도 침해를 계속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 거고요. 2심에서는 뿌리쳤으면 된 거지 도망가라 이거예요. 그런데 왜 뿌리치고 발로 차냐..."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쟁점은 단순히 상황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일리가 있지만, 가해자가 된 피해자, 늘 매맞고 살던 여성 아니었습니까?
법원이 너무 정당방위를 좁게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해외 판례 사례를 보면,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가정 폭력이 있었을 경우, 그것을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정당 방위를 폭넓게 인정한다고 합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매맞는 아내 증후군. 바꿔 얘기하면 그 정도의 발로 차는 행위까지는 나의 최소한의 방어행위다라고 하는 것을 법원이 인정을 해 줘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BWS라고 하는 전문법률용어로써 양형에서 적극적으로 판단을 합니다. 최근에 국내에도 그와 같은 경향이 도입된 것 같은데 사실은 그만큼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사실은 법원에서 받아 들인다고 한다면 이것은 정당방위의 범주 내에 충분히 들어갈 수가 있다."
얼마전 '도둑 뇌사' 사건 같은 경우도 집에 든 도둑에게 빨래 건조대를 휘두른 것은 지나친 폭력이라면서 실형을 선고했잖아요.
때문에 정당방위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도둑 뇌사 사건 이후로 실제 정당방위 요건을 완화하려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에 반한 판결이 나와 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죠,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인터뷰:양지열, 변호사]
"남편이나 애인이 있는 사람에게 실제로 맞아죽는 여성의 비율이 굉장히 높거예요. 그런 어떤 사회적 현실에서 지금 당장은 머리채가 안 잡혔으니까 그러면 방위가 안 된다, 저는 이번 판결에 상당히 납득하기 어렵고요."
[인터뷰:김성수, 문화평론가]
"그걸 벗어나기 위해서 무의식중에 휘두르다가 맞은 것도 쌍방폭행이 되는 그런 현실. 그러니까 정당방위라고 하는 게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이 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거든요."
이번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인 것 같습니다.
특히 매맞는 아내, 여성의 경우, 정당방위 요건이 보다 폭넓게 인정돼야 하는게 아닌지, 정당방위 범위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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