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속으로] '23년의 수요일'을 지킨 사람들

[사람속으로] '23년의 수요일'을 지킨 사람들

2015.02.27.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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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1절이 모레 일요일인데요.

지금도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수요 집회는 23년 세월 동안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데요.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는 YTN 연속 기획 '사람 속으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집회 현장에 나연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두 분이 머무는 쉼터, 수요일 아침은 늘 분주합니다.

아침부터 한 가락 뽑아내는 길원옥 할머니,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본데요.

김복동 할머니는 어쩐지 피곤한 기색이지요?

활동가들이 도착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 알고 보니 담배값이 올라 심기가 불편했습니다.

[인터뷰:김복동,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90대 넘도록 담배를 펴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 안 피우고 세금 안 낸다, 그래가지고 지금 담배를 끊으려고 작정하거든요."

익숙한 그 곳, 일본대사관 앞입니다.

오늘 소녀상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네요.

반짝 추위에도 3백여 명이 모였습니다.

한파를 녹이는 뜨거운 외침, 하지만 일본 대사관의 야속한 창문은 지난 23년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양노자,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인권팀장·재일교포]
"학생들, 젊은 세대 중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고 그에 비해서는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가 다 모르는 거죠."

첫 번째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

그땐 이렇게 긴 싸움이 될 줄 몰랐습니다.

[인터뷰:김동희,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
"초기를 기억해보면 할머니들은 정말 악에 받치셨어요. '내 청춘을 돌려달라'는 말 자체가, 할머니 한으로서 그 자리에 울려퍼졌을 때가 더 많았어요. 가면 갈수록 할머니들은 줄어드시더라고요. 그 대신 '그 자리를 누군가 채워주겠지'라는 그 바람이 어느 순간에는 젊은이들로 바뀌고 있더라고요."

2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할머니들은 차례로 세상을 떠났고 이제 단 53분 만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수요일의 함성은 커져갑니다.

[인터뷰:김동희,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
"할머니들은 절대 약해지지 않으세요. 약해지는 게 아니라 더더욱 강해지세요. 내가 죽더라도 내 문제를 풀어나갈 나의 후세들이 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고 할머니의 명예와 인권을 되찾자. 우리 후손에게는 평화를 물려주자.

지극히 당연하지만 너무나 간절한 바람.

매주 수요일 12시, 일본대사관 앞이 뜨거워지는 이유입니다.

YTN 나연수[ysn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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