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자증, 혼인 취소사유 아니다"

"무정자증, 혼인 취소사유 아니다"

2015.03.03.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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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결혼한 후에야 남편이 무정자증에다 성염색체 이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할까요?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봤습니다.

이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초등학교 여교사 A 씨.

지난 2011년 의사와 선을 본 뒤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하지만 달콤했던 신혼 생활도 잠시, 다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남편이 좀처럼 잠자리를 원하지 않았던 데다, 검사 결과 남편이 무정자증과 함께 성염색체 이상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A 씨는 의사였던 남편이 본인 질병을 알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며 아예 결혼을 취소해달라는 '혼인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남편의 무정자증이 민법에서 혼인 취소 사유로 규정한 '결혼 전 알지 못했던 중대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1심은 혼인 취소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남편이 불임 사실을 숨겼다고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위자료 5천만 원을 지급하고 혼인을 취소하라며 A 씨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A 씨가 결혼 전에 남편의 불임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이 성사되진 않았을 거라며, 민법에 규정된 '중대한 사유'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판결을 뒤집어, 사건을 항소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결혼의 본질은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는 엄격히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신 가능 여부를 포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혼인 취소 사유로는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A 씨 부부는 서로 제기한 이혼 소송을 통해 혼인 파탄의 책임을 다시 한번 가리게 됐습니다.

YTN 이종원[jong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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