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린다면서" 대학 인문학은 죽이기?

"살린다면서" 대학 인문학은 죽이기?

2015.03.28. 오전 05:0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인문학 대중화'라는 정부의 정책 이면에는 정작 대학의 인문학은 죽어가는 역설적 상황이 있습니다.

인문학의 토대가 되는 대학과 학계는 효율성 강화라는 핑계로 위축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김평정 기자입니다.

[기자]
현재원 교수는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10년째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 강의를 했던 기간을 합치면 21년째 비정규직 교수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각 대학에서 인문학 계열 학과를 축소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정규직 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현재원, 서울 모 사립대 초빙교수]
"안정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은 만들어줘야 할 필요는 있다는 거죠. 그런데 학교에서는 (비정규직 강사와 교수를) 일용직 수준으로 생각합니다. 싼값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고..."

각 대학은 지금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목표인 16만 명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취업률'이 좋아야 합니다.

하지만 공대나 경영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문계열 학과'의 취업률이 낮다 보니 결국 '구조조정'의 칼날이 '인문학'으로 향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김누리, 중앙대 대학구조조정 교수대표비상대책위원장]
"학문 세계를 취업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생각은 향후 한국 고등 교육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봤을 때 굉장히 깊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거든요. 그런 것 없이..."

다시 말해 '인문학'이 필요하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하지만 배울 학생도 없고 교수를 원하는 학교도 없는 현실에 누가 '인문학자'의 길을 가겠냐는 겁니다.

[인터뷰: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인문학을) 폐지하면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일지 모르겠지만 21세기 한국의 장기적인 사회적 생산의 중추로서의 지식 기능이 급속히 위축되지 않을까..."

힘들게 '인문학'을 다시금 돌아보겠다는 논의가 나왔다면 눈앞의 이익만 좇기보다는 진정으로 '인문학'과 '인문학자' 모두를 살리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학을 중심으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YTN 김평정[pyung@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