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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우리 아이들의 빈방'
304명(실종자 9명 포함)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416 기억저장소가 마련한 '아이들의 방' 사진전시회엔 단원고 학생 54명의 빈방 사진이 결려 있습니다.
주인 잃은 방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사진 속 온기는 보는 이를 먹먹하게 만듭니다.
1년이 지나도록 무엇 하나 해결된 것 없는 현실이, 그로 인해 2014년 4월에 멈춰버린 가족들의 시간이, 방 안 온기를 거둘 수 없는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단순히 아이만 잃은 것이 아닙니다.
아이와 살면서 쌓일 추억들, 또 아이로 인해 새롭게 맞이하게 될 미래의 가족 모두를 빼앗긴 겁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느 즈음부턴가 이들에게 망각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젠 다 잊고 열심히 살아가랍니다.
세월호 때문에 모든 것이 멈춰있을 순 없지 않느냐고도 합니다.
그들과 우릴 구분 짓기 시작한 겁니다.
세월호는 어느새 그들만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의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엔 이들의 소외와 억울함, 그로 인한 절규가 절절히 묻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문장이 있더군요.
8반 김제훈 학생 어머니 이지연 씨의 이야기에 담긴 내용입니다.
"그(어머니)의 이야기 속에는 제훈이를 가리키는 '우리 애'와 다른 아이들을 표현하는 '우리 애들'이 섞여 있다. 그의 시간 속에서 제훈이와 제훈이가 아닌 아이들의 경계는 희미해졌다."
그녀가 말하는 '우리'라는 가치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어떤 '우리'를 바랐던 걸까요?
"'우리 애'라고 말할 때 그것은 '우리 애들'의 이야기가 되고 떠난 아이들을 말할 때에 그것은 또한 우리 옆에 살아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된다. 우리를 품은, 그리고 우리를 향한 이야기가 된다."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의『금요일엔 돌아오렴』中
빈방엔 꽃같이 맑은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족의 꿈과 희망이 돼주었던 주희, 정이 많아 엄마에게 들꽃을 선물하던 건우, 어려운 이를 그냥 지나치질 못했던 성호, 생명을 살리는 응급구조사가 꿈이었던 단비,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했던 하영이, 갑판으로 빠져나왔지만 친구들이 안에 있다며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간 온유, 제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다른 친구를 살리겠다며 바다로 뛰어든 차웅이까지.
이 아이들의 꿈과 희생은 어른들이 지켜내지 못했던 또는 잃어버렸던, '우리'라는 가치를 온전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1년 전 우리 아이들이 무사히 각자의 방으로 돌아왔어야 할 날입니다.
'우리'라는 의미를 일깨워준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남겨진 우리를 위해 주인을 잃어버린 이 방에 이제는 무엇을 채워 놓아야 할까요?
"레비나스(Emmanuel Lvinas)가 말했던가. '타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를 위해서 내가 책임을 떠맡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에게 책임이 있다.' 얼굴을 마주하며 우리는 함께 있다."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의 '금요일엔 돌아오렴' 中
이상엽 [sylee24@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304명(실종자 9명 포함)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416 기억저장소가 마련한 '아이들의 방' 사진전시회엔 단원고 학생 54명의 빈방 사진이 결려 있습니다.
주인 잃은 방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사진 속 온기는 보는 이를 먹먹하게 만듭니다.
1년이 지나도록 무엇 하나 해결된 것 없는 현실이, 그로 인해 2014년 4월에 멈춰버린 가족들의 시간이, 방 안 온기를 거둘 수 없는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단순히 아이만 잃은 것이 아닙니다.
아이와 살면서 쌓일 추억들, 또 아이로 인해 새롭게 맞이하게 될 미래의 가족 모두를 빼앗긴 겁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느 즈음부턴가 이들에게 망각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젠 다 잊고 열심히 살아가랍니다.
세월호 때문에 모든 것이 멈춰있을 순 없지 않느냐고도 합니다.
그들과 우릴 구분 짓기 시작한 겁니다.
세월호는 어느새 그들만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의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엔 이들의 소외와 억울함, 그로 인한 절규가 절절히 묻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문장이 있더군요.
8반 김제훈 학생 어머니 이지연 씨의 이야기에 담긴 내용입니다.
"그(어머니)의 이야기 속에는 제훈이를 가리키는 '우리 애'와 다른 아이들을 표현하는 '우리 애들'이 섞여 있다. 그의 시간 속에서 제훈이와 제훈이가 아닌 아이들의 경계는 희미해졌다."
그녀가 말하는 '우리'라는 가치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어떤 '우리'를 바랐던 걸까요?
"'우리 애'라고 말할 때 그것은 '우리 애들'의 이야기가 되고 떠난 아이들을 말할 때에 그것은 또한 우리 옆에 살아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된다. 우리를 품은, 그리고 우리를 향한 이야기가 된다."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의『금요일엔 돌아오렴』中
빈방엔 꽃같이 맑은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족의 꿈과 희망이 돼주었던 주희, 정이 많아 엄마에게 들꽃을 선물하던 건우, 어려운 이를 그냥 지나치질 못했던 성호, 생명을 살리는 응급구조사가 꿈이었던 단비,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했던 하영이, 갑판으로 빠져나왔지만 친구들이 안에 있다며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간 온유, 제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다른 친구를 살리겠다며 바다로 뛰어든 차웅이까지.
이 아이들의 꿈과 희생은 어른들이 지켜내지 못했던 또는 잃어버렸던, '우리'라는 가치를 온전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1년 전 우리 아이들이 무사히 각자의 방으로 돌아왔어야 할 날입니다.
'우리'라는 의미를 일깨워준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남겨진 우리를 위해 주인을 잃어버린 이 방에 이제는 무엇을 채워 놓아야 할까요?
"레비나스(Emmanuel Lvinas)가 말했던가. '타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를 위해서 내가 책임을 떠맡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에게 책임이 있다.' 얼굴을 마주하며 우리는 함께 있다."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의 '금요일엔 돌아오렴' 中
이상엽 [sylee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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