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 수호자, "삶의 끈 놓지 말고 제 손잡으세요"

다리 위 수호자, "삶의 끈 놓지 말고 제 손잡으세요"

2015.04.19. 오전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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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한강 다리 가운데 가장 투신자살이 많다는 마포대교죠.

그런데 이 다리에서 목숨을 끊으려던 사람 수십 명을 살려낸 경찰관이 있어 화제입니다.

30대 중반에 제복을 입은 늦깎이 경찰이지만, 남다른 사명감과 성실함으로 벼랑 끝에 몰린 사람에게 희망의 끈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최두희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지난 9일, 이곳 마포대교에서 10대 남학생이 뛰어내리려 한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다리 남단에 순찰차를 세운 김치열 순경은 한달음에 8백 미터를 달려 막 투신하려던 학생을 붙잡았습니다.

[인터뷰:김치열,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순경]
"이름을 부르니까 갑자기 이 친구가 뛰기 시작해서... 난간을 붙잡고 넘어가려는 순간에 제가 잡고 끄집어 내린 거죠."

아이까지 둔 30대 중반의 가장, 본인과 똑 닮은 또래 남성을 구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마포대교는 '자살 명소'라는 오명을 얻을 만큼 투신이 잦은 곳입니다.

지난 한 해에만 180여 명이 이곳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마포대교를 담당하는 용강지구대는 지난해 투신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이 의심되는 사람 5백여 명을 구조했는데, 이 가운데 50명을 김 순경이 붙잡았습니다.

[인터뷰:김치열,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순경]
"선배들이 잘 가르쳐 주셨고 그 외에는 제가 성격이 급해서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고 좀 촉이 좋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경우가 좀 있었습니다."

베테랑 같지만 지난해 35살 늦은 나이에 제복을 입은 신입 경찰관입니다.

[인터뷰:김치열,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순경]
"30대 중반 되면서 아들도 키우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아빠가 다치진 않을까 걱정하는 아들 3형제에게 "경찰은 힘이 세다"고 말한다는 김치열 순경.

혹시나 삶의 끈을 놓으려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인터뷰:김치열,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순경]
"개그맨 김국진 씨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분이 저번에 TV에 나와서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다. 내려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저는 그런 얘기를 좀 해 주고 싶습니다."

YTN 최두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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