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의료생협으로 병원설립...국고 84억 원 '꿀꺽'

가짜 의료생협으로 병원설립...국고 84억 원 '꿀꺽'

2015.05.26. 오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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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병원을 세우려면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해야 하는데요.

가짜 의료생협을 통해 병원을 만든 뒤 요양 급여 수십억 원을 가로챈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최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요양병원입니다.

문은 잠겨있고 내부는 텅텅 비었습니다.

아예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불법 운영되던 요양병원입니다.

'소비자생활협동법'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병원을 설립하려면 의료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인이 아니었던 병원 대표 조 모 씨 등은 병원을 세우기 위해 가짜 의료생협을 설립했습니다.

지난 2013년까지 이들이 운영하던 사무실입니다. 요양병원을 세우기 위해 장애인 명의까지 도용해 의료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의료생협을 만들기 위한 정족수는 300명 이상.

조 씨 등은 무려 320여 명의 장애인과 사망자 이름을 조합원 명부에 올렸습니다.

[명의도용 피해자]
"가입을 내가 안 했는데, 가입을 안 할 거예요. (가입비 같은 거 낸 사실이 있나요?) 아니요. 없어요. 아예 내지도 않고…."

게다가 병원을 불법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 급여 84억3천여만 원까지 받아 챙겼습니다.

의료생협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국고가 줄줄 새나가고 있는 겁니다.

[임병숙,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당시에 실사가 좀 더 강화되었더라면 불법 행위를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경찰은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병원 대표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앞서 부산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요양 급여 3백20여억 원을 빼돌린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YTN 최아영[cay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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