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민원서류 발급, "행정기관 배상 책임"

잘못된 민원서류 발급, "행정기관 배상 책임"

2015.07.04. 오전 07:1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채무자가 자신의 빚보증을 위해 딸 몰래 동사무소에서 딸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채권자는 부정 발급된 인감증명서를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며 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요.

법원은 채권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신윤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03년 김 모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정 모 씨에게 2천여만 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김 씨는 고소장을 제출했고, 정 씨는 딸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워 김 씨와 합의에 나섰습니다.

의심은 가시지 않았지만, 김 씨는 정 씨가 가져온 딸 명의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믿고 연대보증에 대한 공증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정 씨가 가져온 서류와 연대보증은 딸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정 씨가 딸의 신분증과 도장을 몰래 가져다 마치 자신이 딸인 것처럼 속이고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받았던 겁니다.

돈을 받지 못한 김 씨는 결국 지난해 7월 행정기관이 인감증명서를 부정 발급해줘 피해를 봤다며 종로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률구조공단에 법률구조 요청을 했습니다.

소송의 쟁점은 부정한 서류 발급이 이뤄진 때부터 10년이 넘게 지난 상황에서 소송을 낼 수 있는지 였습니다.

부정발급 서류 등에 대한 손해배상 시효는 발생일로부터 10년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구청이 김 씨에게 425만 원을 배상하라고 화해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시효는 10년이지만 구청 직원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김 씨가 안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아 시효가 남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성현, 한국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변호사]
"인감증명서 때문에 피해를 보신 분이 인감증명서가 공문서이기 때문에 제대로 발급됐다고 믿고 있다가 추후에 (불법 사실이) 확인된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돼야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재판부에서 인정을 받아서..."

또 행정 기관이 외모나 나이 등 본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서류 발급을 해줘 피해가 생겼다는 김 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인감증명서와 같은 중요 문서를 다루는 공무원은 본인 확인 등을 철저히 할 의무가 있고, 잘못 발급된 서류로 발생한 손해는 관련 기관의 책임이라는 것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YTN 신윤정 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