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고를 냈다고?"...오싹한 치매 운전

"내가 사고를 냈다고?"...오싹한 치매 운전

2015.12.06.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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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사고 낸 상대편이 사고 난 걸 모르겠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일본에선 노인 운전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치매 운전자 사고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황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본의 유명 관광지는 때를 가리지 않고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광지가 아닌 여는 도시는 한적하다 못해 쓸쓸한 느낌마저 듭니다.

일본 열도 중심부 북쪽에 자리한 후쿠이시도 바로 그런 곳입니다.

이곳에 사는 무라카미씨 부부가 퇴근길에 함께했습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푹 쉴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지는가 싶더니 집 근처 교차로가 가까워지자 이내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무라카미 부부]
"(지금과) 같은 길로 집으로 돌아갔어요. 떨려요. 지금도 떨려요."

설날을 하루 앞둔 지난해 그 일이 다시 떠오른 겁니다.

[무라카미 카오리, 일본 후쿠이시]
"(슈퍼에서) 12월 31일 저녁 정월 초하루를 준비하기 위한 쇼핑을 하고 집에 가는데, 집이 코앞이었는데..."

내린 눈이 녹아 도로가 반짝이던 저녁 무렵

카오리 씨 부부는 차도 거의 없는 자그마한 집 앞 교차로에 멈췄습니다.

잠시 뒤 파란 신호를 보고 천천히 출발하는 순간.

왼쪽에서 난데없이 승용차가 달려왔습니다.

[무라카미 미치루, 일본 후쿠이시]
"상대차가 왼쪽에서 나와 곧장 가던 우리 차와 부딪쳤습니다. 우리 차가 상대 차 옆 부분에 부딪쳐서..."

운전자는 82살 할아버지

신호고 뭐고 생각지도 않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린 겁니다.

[무라카미 미치루, 일본 후쿠이시]
"할아버지는 손자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는데 신호를 못 봤다고 말하더군요."

사고도 사고지만 더 황당한 건 할아버지가 사고 자체를 아예 기억조차 못 한다는 점.

[무라카미 카오리, 일본 후쿠이시]
"할아버지는 자신이 사고 낸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치매 증상을 보인 할아버지는 자주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별 필요가 없다며 보험도 들이 않은 상태.

때문에 말도 잘 안 통하고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 한 채 사고처리에 3개월을 흘려보냈습니다.

[무라카미 카오리, 일본 후쿠이시]
"상처는 없었지만 금전적인 부담은 컸습니다. 저처럼 젊은 세대는 힘든 일이 많습니다. 내 탓이 아닌데도 보험료가 오르고..."

사고 후 무라카미씨 부부는 파란 불에도 선뜻 출발하지 않고 반드시 좌우를 살피를 습관이 생겼습니다.

차 안에선 이전에 없던 블랙박스가 유난히 눈에 들어옵니다.

[무라카미 미치루, 일본 후쿠이시]
"사고가 났는데도 할아버지가 몰랐다고 하는 걸 겪고 블랙박스를 설치했습니다."

[무라카미 카오리, 일본 후쿠이시]
"자기가 한 일을 기억하지 못 하는 사람은 차를 운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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