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속으로] 문닫는 그날까지...버려진 아이들 쉼터

[사람 속으로] 문닫는 그날까지...버려진 아이들 쉼터

2015.12.13. 오전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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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베이비박스라는 이름 들어보셨습니까?

자식을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외딴곳에 버리는 걸 막기 위해 지난 2009년 생긴 곳인데요.

생명을 구한다는 옹호론과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대 의견 속에 800명 넘는 아이가 이곳을 거쳤습니다.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는 YTN 연속기획 '사람 속으로', 오늘은 박광렬 기자가 버려진 생명의 쉼터, 베이비박스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세상에 나오고 가장 먼저 접한 단어는 다름 아닌 '이별'.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는 편지 한 장만을 남긴 채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내 옆에서 자고 있는 너를 보면서 편지를 쓰니까 자꾸 눈물이 난다. 우리 아들 이렇게 보내지만, 또 사랑하고 그보다 수천 배 미안해."

이렇게 이별 먼저 배운 아이들이 모이는 곳.

사람들은 '베이비박스' 라고 부릅니다.

[조태승, 베이비박스 운영 목사]
"한 60% 이상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0대 미혼모,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심지어 탯줄까지도 다 정리하지 못한 채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고요."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슴에 안고 모인 어린 생명들.

희미하게 꺼져가던 또 하나의 생명이 작지만 밝은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유 에스더, 자원봉사자]
"아이들을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되게 많이 느껴요. 그리고 욕심도 있고 그렇잖아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런 것이 내려지는 것 같아요."

남들보다 조금 불편하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버려진 아이들.

누가 또 이 아이를 거둘까, 하나둘 맡아 기르다 보니 어느덧 20명이 넘는 대식구가 만들어졌습니다.

넉넉지는 않지만, 오순도순 밥을 먹고, TV에서 만화가 시작되자 온 마음을 빼앗기는 모습이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정희, 사회복지사]
"애들이 정을 많이 주더라고요. 저희가 더 위로를 받게 만들어요. 와서 안기고 이런 것 보면…."

7층에는 좀 더 특별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내년이면 일곱 살이 되는 생명이도 그중 하나.

선천성 무뇌증으로 부모에게 버림받고, 침대보다 차디찬 수술대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들어왔어요. 시각 장애까지 있어서 전혀 못 봐요."

하루하루가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묵묵히 견뎌 나갑니다.

[이종락, 베이비박스 설립 목사]
"폐렴 때문에 사망하거든요. 그래서 절제 수술을 한 거에요. 침이 폐로 들어가지 않고 위장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렇게 365일 아이들을 돌보는 이종락 목사, 바로 베이비박스의 설립자입니다.

중증 장애를 가진 둘째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지나치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종락, 베이비박스 설립 목사]
"사람은 쓰레기가 아니잖아요. 사람이 태어나서 쓰레기처럼 버려져 희생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죠."

벌써 800명이 넘는 버림받은 생명의 쉼터가 된 이곳.

어느덧 6년.

한때 아이를 버리려 이곳을 찾았던 미혼모가 이제는 아이를 돌보는 작은 기적도 생겼습니다.

[조 모 씨, 미혼모]
"애들도 똑같이, 아이들의 엄마들도 나처럼 똑같이 생각하고 애들을 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처럼 보살펴주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요."

영아 유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원래 버릴 생각이 없었던 미혼모들이 쉽게 결심을 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하지만 베이비박스 운영자들의 바람은 베이비박스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종락, 베이비박스 설립 목사]
"미혼모들도 안전하게 보호받는 나라 그런 나라가 되면 베이비박스가 필요 없지 않겠어요?"

[조태승, 베이비박스 운영 목사]
"일을 안 해도 좋아요.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한 명도 안 들어오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한 소망, 베이비박스가 문을 닫을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어린 생명의 불씨는 주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YTN 박광렬[parkkr08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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